"인간 구하는 로봇, 상상이 아니랍니다"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2024. 4. 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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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위험한 작업을 인간 대신 해내는 로봇.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재난대응로봇을 연구하는 박종원 박사(41)에게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차기작인 마크4를 개발 중이라는 박 박사는 재난 상황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는 미래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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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아이언맨 꿈꾸는
박종원 로봇공학 박사
영화 '아이언맨'에 흠뻑 빠져
역대 가장 빠른 이족보행 로봇
카이스트 박사과정때 만들어
인간보다 힘 강한 로봇 목표
100㎏ 물체들고 용접도 척척
재난로봇 '암스트롱' 개발도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고 위험한 작업을 인간 대신 해내는 로봇.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재난대응로봇을 연구하는 박종원 박사(41)에게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박 박사는 카이스트 박사과정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했고, 그가 만든 재난대응로봇은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 최초로 민간 건설 분야에 기술이전되는 성과를 거뒀다. 영화 '아이언맨'을 보고 로봇공학자의 꿈을 키웠고, 한국의 토니 스타크를 꿈꾼다는 그를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엔지니어였던 부친이 창고에서 경운기와 트랙터, 발전기 등을 고치는 모습을 보며 자란 박 박사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동기 대부분이 조선업이나 중공업 분야로 진출하는 분위기였지만, 졸업을 수개월 앞두고 개봉한 영화 하나가 그의 진로를 바꿨다.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로봇을 개발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묘사돼요. 기계공학도라면 가슴이 뛸 수밖에 없는 장면이죠.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를 보며 공학자가 저렇게 매력적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요." 박 박사가 개발한 재난대응로봇 '암스트롱'은 아이언맨을 연상케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강철 슈트의 이름을 오마주해 프로젝트 네임을 '마크3'라 했고, 강렬한 레드로 로봇을 도색했다.

하지만 현실의 로봇은 영화와는 달랐다. 그가 연구를 시작할 당시 인간형 로봇은 사람보다 느리고 약했다. "혼다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이족보행 인간형 로봇 '아시모'를 보고 아쉬움을 많이 느꼈어요. 서빙 정도의 역할밖에 못했거든요. 속도와 힘을 더 키워 사람 대신 위험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죠."

박 박사는 먼저 로봇의 속도에 주목했다. 카이스트 박사과정 시절, 그는 시속 46㎞로 달릴 수 있는 이족보행 로봇 '랩터'를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속도가 빠른 고양잇과 동물의 뼈와 관절 구조를 생체모방했고, 공룡의 꼬리 구조를 적용해 빠른 속도에서도 균형을 유지했다. 랩터는 지금까지도 가장 빠른 이족보행 로봇으로 기록돼 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힘이다. 방화문도 열지 못하던 기존 로봇은 재난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들어내고, 필요하면 문을 부술 수도 있어야죠. 헐크처럼 큰 힘이 필요합니다."

박 박사는 기존 로봇들이 동력 시스템으로 사용하던 모터가 문제라고 봤다. 해법은 포클레인 등 중장비에 사용되던 유압 시스템이었다. 그는 "유압 시스템은 같은 무게 대비 출력이 모터의 10배에 달한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도 유압 시스템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중장비에 주로 사용되던 유압 시스템을 사람만 한 크기의 로봇에 적용하기 위해선 소형화가 필수였다. 모터 수준의 정밀 제어 기술도 갖춰야 했다. 박 박사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핵심 유압 기술을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로봇 산업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며 "그들을 롤모델로 삼아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개발한 암스트롱은 사람과 비슷한 크기에 100㎏ 이상의 물체를 들 수 있다. 볼트를 조이거나 용접을 하는 등 섬세한 작업도 가능하다.

차기작인 마크4를 개발 중이라는 박 박사는 재난 상황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는 미래를 그린다. 두 발로 뛰어다니며 인간보다 강한 힘을 내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힘들고 위험한 노동을 로봇이 대신하는 '로동'을 실현시키는 게 목표예요. 육체노동을 로봇이 대신하면 사람은 더 안전하고 창의적인 일에 전념할 수 있겠죠."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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