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끝난 원장, 4개월간 예산 '주물럭'… 장기기증원 '방만운영' 논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하 장기기증원)의 방만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원장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원장추천위원회를 늦장 구성해 여전히 차기 원장을 뽑지 못한 상황이다. 전임 원장은 수천만 원의 임금을 받으며 4개월간 자리를 지키다 지난달에야 '개인 사유'로 사임했다. 일각에서는 원장 공모 과정에 '의사 카르텔' 의혹까지 제기된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산하 기관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장기기증원은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2024년 임원(원장) 채용 공고를 내고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원장 공고에는 총 5명이 지원해 의대 교수 등 3명이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
장기기증원은 보건복지부 산하로 뇌사 추정자나 조직기증 희망자가 나오면 병원으로부터 통보받아 기증 적합성 평가, 사후 예우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장기기증원의 지난해 운영 예산은 138억9800여만원으로, 장기기증원장의 연봉은 1억3200여만원이다. 원장은 임명 후 3년간 기관을 대표하는 동시에 원내 업무를 총괄한다. 막중한 임무를 담당하는 만큼 운영 규정에 따라 이사회가 별도의 원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문성, 업무 수행 능력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서류·면접 심사를 진행해 최종 후보자를 선발한다.
문제는 원장추천위원회가 전임인 2대 문인성 원장의 임기가 완료된 지 3개월이 지난 후에야 꾸려졌다는 점이다. 운영 규정에 따르면 임기 만료 예정인 원장의 후임자 선임을 위한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임기가 끝나기 2개월 이전에 구성돼야 한다. 원장 공백을 사전에 막아 연속적인 장기 기증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4일 문 원장의 임기가 만료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이사회는 원장추위원회 구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알리오에 올라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해 9월 4차 임시 이사회에서는 원장추천위원회 구성과 운영 일정을 공유하기만 했고, 12월 5차 임시 이사회에서는 아예 원장추천위원회를 안건에 올리지도 않았다. 당시 이사회는 2024년 사업계획과 예산안, 안전경영책임계획 수립안, 직제규정 일부 개정안 등 굵직한 안건을 통과시켰는데 임기가 끝난 문 원장도 이사회에 포함된 상태였다.
올해 1월 12일에야 이사회는 비상임이사 3명, 외부 위원 2명으로 원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12일 만에 홈페이지에 원장 채용 공고를 올렸다. 2월 7일 서류 전형 합격자가 발표됐지만 아직 차기 원장은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전임인 문인성 원장은 이후에도 원장직을 유지하다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지난달 31일에야 사임했다. 현재는 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방만 운영'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원장 공모 과정에서는 장기기증 분야 1세대로 33년간 장기 기증 활성화에 몸담은 A씨가 서류 심사부터 탈락하며 잡음이 일었다. 1대 조원현 원장, 2대 문인성 원장과 3배수 후보에 꼽힌 B교수가 모두 동일 학회 회장 출신의 의대 교수로 이사회도 상당수가 이 학회의 현직 임원 또는 위원회에 소속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사 카르텔'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장기기증원은 "지난해 9월 의장으로서 이사회를 소집하는 이사장을 선출했고, 11월 원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이사회를 계획했으나 당연직 이사인 복지부 공무원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일정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원장 임기 만료 전부터 신임 원장 채용을 준비했으나 외부 위원 구성, 의사회 일정 조율 등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공모가 늦춰진 이유를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원장추천위원회가 늦게 구성된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규정대로 원장 공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별도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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