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풀려면 ‘황금콩’ 사줘”…중국 MZ들 ‘찐 사랑’ 정체

채제우 기자 2024. 4. 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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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1g짜리 ‘황금콩’을 데이트 선물로...남녀노소 金 사재기 열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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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알리바바에서 판매 중인 금콩 사진/알리바바 홈페이지

‘남자 친구가 나를 화나게 할 때마다, (내 마음을 풀어주려면) 황금 콩(金豆豆)을 사 달라고 했더니 너무 꿀이네요.’ 한 중국 여성은 최근 온라인 사이트에 이런 글을 올렸다. 여성은 남자 친구한테 받은 ‘황금 콩’으로 만든 금팔찌 사진을 첨부했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황금 콩 열풍의 단면이다.

황금콩은 무게 1g짜리 콩알만 한 금으로, 목돈이 없는 청년들도 금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투자 진입 장벽을 낮췄다. 개당 가격은 세공 수준에 따라 400~800위안(약 7만6000~15만2000원)이라고 한다. 식을 줄 모르는 중국의 ‘진(金·금의 중국어 발음) 사랑’은 이뿐 아니다. 지난 2월 춘제(春節·설) 때 베이징 최대 귀금속 도소매 센터인 완터보석센터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설 선물로 금붙이를 사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국제 금값이 치솟는 가운데 중국의 ‘금 사재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높은 물가 상승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이 일반인 사이에서도 위험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선 그간 금 투자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2030세대가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절강일보에 따르면 금 구매 경험이 있는 중국 청년은 최근 5년 사이 16%에서 59%로 늘었다. 절강일보는 “공예 기술의 발전,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1g짜리 황금 콩의 인기 등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금은 아름다움과 가치를 모두 지닌 투자 상품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소셜미디어에서 금 가격 동향에 대해 얘기하고, 금 구매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슈(小紅書)’에는 ‘일반인이 황금을 사는 법’ ‘3월에 금을 사면 안 되는 이유’ 등 금과 관련된 각종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픽=김의균

일반인의 금 사랑뿐 아니라 중국이란 나라도 전 세계에서 금을 가장 많이 매입하는 곳으로 꼽힌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금 보유량은 7274만 트로이온스(1트로이온스는 약 31.1g)를 기록했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2022년 10월까지만 해도 6264만 트로이온스였는데, 17개월 연속 금을 사들여 보유량이 16%가량 불어난 것이다. 금값이 지난달 4일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2100달러 선을 넘어서는 등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서도 중국은 금 모으기를 멈추지 않은 셈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해 금을 총 1037t 사들였는데, 이 중 225t은 중국 인민은행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입량의 21.6%에 이르는 규모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중국이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값이 비싼데도 안전 자산으로 도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국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글로벌 안전 자산인 금에 기대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중국의 ‘진 사랑’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신용평가사 둥팡진청(東方金誠)의 왕칭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상보 인터뷰에서 “미국 채권 수익률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인민은행은 계속해서 금 보유를 늘리고 있고, 이는 국가 자산 가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위안화의 세계화를 위해 인민은행은 앞으로도 금 보유량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금을 계속해서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 일반 투자자들의 금 사랑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는 데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금값의 추가 상승 기대감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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