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이자 단점인 거리감 활용” 박찬욱 감독 정체성 담긴 ‘동조자’[종합]

박수인 2024. 4. 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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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동조자’ / 쿠팡플레이 제공
박찬욱 감독 / 뉴스엔 DB

[뉴스엔 박수인 기자]

박찬욱 감독의 '거리감'이 담긴 '동조자'는 어떻게 표현됐을까.

HBO 오리지널 드라마 '동조자'(각본 박찬욱, 돈 맥켈러/연출 박찬욱(1-3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4화), 마크 먼든(5-7화))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4월 1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동조자(The Sympathizer)’는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기. 비엣 탄 응우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박찬욱 감독은 한국인 감독으로서 베트남과 미국의 역사를 다룬 작품을 연출하는 데 있어 정서와 코드를 어떻게 협의했는지 묻는 질문에 "한국적인 요소를 넣어야 할 건 없지만 베트남, 미국인이 아님으로서 가지는 거리감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 시대, 이 나라를 완전히 잘 알 수 없는, 그렇다고 모르지 않는 사람이다. 객관성을 잃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고 비슷한 근현대사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서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기 때문에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정체성을 활용해서 만드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꼭 그 집단에 속해야 한다는 자격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일 감독이 와서 한국의 역사를 다루는 얘기를 만들겠다고 하면 저는 그것을 비웃을 생각은 없다. 우리와 다른 관점이 들어갈테니까 궁금할 것 같다. 결국은 얼마나 소재가 되는 지역, 사건 등을 진지하게 공부하느냐이다. 저에게는 주어진 원작이 있으니까 많은 대화를 하면서 의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저의 관점을 넣어서 제가 할 수 있는 존중, 제 나름의 영화적인 표현을 구사해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작 소설을 각색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으로는 "문학 작품은 영화 각본과 다르기 때문에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다 할 수 있고 문학적으로 더 풍부해질 수 있다. 이걸 옮기기에는 참 어려움이 따른다. 이 작품은 대위가 어딘가에 갇혀서 강압에 의해 진술서, 자술서를 쓴다는 기본적인 세팅이 있다. 그것을 놓고 강요한 사람이 써놓은 걸 읽고 불러다가 대위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있다. 이 두 가지 장치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러티브 장치를 설정하는 거다. 제가 한 일은 가끔씩만 진술서를 쓰는 형식이라는 걸 관객에게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러다 엉뚱한 사람의 목소리가 개입한다. 화면을 멈춘다. 멈추게 한 사람이 등장해서 '너는 왜 저번에는 그렇게 말했는데 이렇게 말하지?' 한다. 그러면 화면이 다시 돌아가서 다른 정보가 제시된다. 영화적인 기법을 접목시킨 거다. 그런 장치를 세팅하는 데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코미디를 많이 만드려고 노력했다고. 박찬욱 감독은 "소설에서도 문학적인 표현, 흥미로운 비유 등을 동원한 유머가 곳곳에 있지만 그것 이상을 동원해서 보여주려 했다. 부조리한 유머를 이 상황이 갖고 있는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서의 유머를 최대한 만드려고 했다.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상황, 논리적이지도 않고 불쌍하기도 한, 비극적이기도 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씁쓸한 유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설과 제일 다르고 노력해서 한 부분이 있다면 코미디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며 소설과 또 다르게 표현한 부분을 짚었다.

원작에서 꼭 가지고 오고자 했던 무드나 요소에 대해서는 "계속 배우들에게 강조했던 건 아이러니를 명심하라고 늘 얘기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인 게 아니라 겉과 완전히 반대되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을 각색할 때부터 제일 많이 얘기했다. 부조리성에 대한 걸 제일 많이 중시했다"고 전했다.

박찬욱 감독이 1~3화 연출과 함께 총괄 연출을 맡은 가운데,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마크 먼든 감독과 분량을 나눠 연출한 이유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저도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다 하고 싶었지만 7개 (에피소드)는 체력으로나 진행 상황을 봐서 무리더라. 각본을 미리 써놓는다고 해도 많은 요구에 따라 수정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앞 부분을 촬영하면서도 뒷 부분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행히 좋은 감독들을 모셨다. 제가 각본을 썼기 때문에 전체 일관성은 담보가 되는 것이고 다른 감독들을 만나서 의도를 다 얘기했다. 연출 스타일에 대해서도 이런 스타일이다, 이런 건 안 맞다는 걸 다 얘기한다. 단 네번째 에피소드의 감독에게 맡긴 이유는 그 에피소드는 독립된 내용이고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스타일로 하고자 그 분을 모셨다. 지루해질 수 있는 한복판에 활기있는 연출을 보여주셔서 잘 됐다. 나머지 감독에게는 같은 스타일, 같은 톤을 요구했다. 소통을 자주하고 의논했다. 제가 먼저 찍었으니까 먼저 찍은 분량을 보게 하면서 스타일을 익힐 수 있게 만들었다. 후반작업은 제가 하니까 4화를 빼놓고는 한 감독이 만든 것 같은 균일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프로젝트와 국제적인 프로젝트의 차이점도 있었을까. 박찬욱 감독은 "근본적인 차이는 없지만 영화를 만드는 방식은 어디에서나 같다. 업계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다 비슷하다. 통역이 필요하기 ��문에 의사소통에 대한 불편함이 없지는 않지만 워낙 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금방 금방 의사소통이 일어난다"고 운을 떼며 "어려웠던 점은 캐스팅 하나 정도였다. 베트남에서는 캐스팅하기가 어려워서 교포, 2세들을 주로 캐스팅 했다. 캐스팅에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였다. 베트남계 배우들은 물론이고 배우가 아닌 사람들까지 넓혀서 광고를 내고 오디션을 거쳐서 최소한의 연기를 할 수 있는지 걸러냈다. 몇천명을 오디션 봐야 했다. 결국 캐스팅 된 사람들 중에는 배우가 아닌 사람도 많다. 장군은 디즈니의 웹디자이너였다. 소령은 베트남에서 아주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박찬욱이 영화 어떻게 찍나 보려고 왔다고 하더라. 그들을 찾아내는 것도 그들을 믿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함께 성장한다는 즐거움을 많이 누렸던 작품이다"고 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극 중 클로드, 교수 역으로 출연시킨 것에 대한 이유로는 "소설을 어떻게 각색할 것이냐 논의하던 중에 떠올렸던 아이디어이다. 3화에 등장하는 스테이크 하우스 장면이 있는데 소설에서 그 장면을 어떻게 각색할 것이냐 논의하다가 한 자리에 모여있는 백인 남성들, 한 자리씩 잡고 있는 중요한 인물들이 미국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네 개의 얼굴일 뿐이구나, 결국엔 하나의 존재구나 라는 걸 느꼈다. 그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시청자가 단박에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각본을 써야 할 것이냐를 공동작가와 논의하다가 어떻게 교묘하게 대사를 쓰고 하기보다는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게 아니겠냐는 생각이 미쳤다. 고민을 오랫동안 하다가 얘기를 했는데 다행히 좋은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이 아이디어가 HBO를 설득할 때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역을 해낼 수 있는 백인 남성, 중년 배우가 누가 있을까 했을 때 이 역을 다 합치면 등장시간이 스크린타임으로 봤을 때 주연이나 다름 없다. 희한하게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훌륭한 배우가 많아도 다양한 역할을 구별되게 개성 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막상 찾기가 어렵다. 로버트는 TV 시리즈를 한 적도 없고 워낙 슈퍼스타니까 큰 기대 없이 보내놔 보자 했는데 다행히 금방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서 신나게 시작할 수 있었다"며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동조자'는 15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첫 공개됐으며 매주 월요일 1편씩 공개된다.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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