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 배분의 역사···“다수당 우선”이냐 “균형”이냐[여의도앨리스]

김윤나영 기자 2024. 4. 18. 16: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야가 22대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75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에선 현재 국민의힘이 차지한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한 정당이 독식하지 않고, 운영위원장은 여당 원내대표가 맡아왔던 그간의 관례를 깨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독재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22대 국회 때는 민주당이 법사위를 책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일할 생각을 안 하는데 국회의장도 민주당, 법사위원장도 민주당이 다 맡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MBC 라디오에서 “법사위원장을 다수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맡는 게 맞고 그게 이번 총선의 민심”이라며 “운영위도 역시 다수당이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미국은 상하원 상임위원장 모두를 다수의석을 가진 정당이 다 가져간다”며 “그야말로 책임정치”라고 말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법사위를 다시 민주당이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은 여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발상이며, 입법 폭주를 위한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무소불위의 독재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2004년부터 의장은 1당, 법사위원장은 2당 관행

법사위원장은 역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다. 법사위는 본회의에 오르기 전 모든 법안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상임위다. 법사위는 특정 법안이 기존 법과 충돌하거나 자구에 문제가 없는지 따지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진다. 검찰과 법원을 견제할 뿐 아니라, 수사·기소·재판 등 사법행정과 관련된 법안을 심의하고, 대통령 등의 탄핵소추를 관할한다.

한국 정치사에서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는가는 정치 역학에 따라 달라졌다. 16대 국회까지 법사위원장은 원내 1당이자 여당이 차지해왔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는 제1당과 여당이 일치하면서 여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했다.

여소야대 정국이던 김대중 정부 때는 달랐다. 김 전 대통령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집권했지만, 16대 국회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과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의석수를 합쳐도 한나라당보다 적었다. 16대 국회 내내 법사위원장은 제1당이자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가져갔다. 다만 16대 국회 전반기 의장은 새천년민주당이, 후반기 의장은 한나라당이 나눠 맡았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4년 17대 국회부터 16년간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는 관행이 생겼다. 이 관행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다시 깨졌다. 여당이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려 하자,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18개 상임위원장 전부를 여당에 내줬다. 김 전 위원장은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여당이 정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겠다면 우리는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며 “국정 운영의 모든 책임을 여당이 짊어지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을 견제하는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의 역사는 다르다. 한국 정치사에서 한번도 야당이 여당 동의 없이 위원장을 맡은 적이 없다.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역대 운영위원장을 여당 원내대표가 맡은 것은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운영위는 대통령실 인사들을 불러 질의하거나 대통령실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민주당이 운영위원장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대정부 공세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역술인의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 개입 의혹,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등 현안이 생길 때마다 운영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여당에 가로막혀왔다.

국회법상 민주당 상임위 독식 가능

여야는 22대 국회 원 구성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론적으로는 국회법상 18개 상임위원장 전부를 독식할 수 있다. 국회법은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임시의장 선거의 예에 준하여 본회의에서 선거한다”고 규정한다. 본회의에서 선거로 뽑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협조만 있으면 175석의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맡을 수 있다.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원 구성 협상 전략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상임위를 독식하려다 ‘오만한 다수당’의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2020년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오만한 여당’이라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민주당은 이듬해인 2021년 4·7 부산시장·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모두 패배했다. 특히 운영위원장을 야당이 가져가는 전례를 만드는 것은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고 여소야대 국면이 온다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똑같이 되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언제든 반복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