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음식을 왜 먹어?

[김소형의 힐링타임] 봄철 춘곤증 물리치는 쓴맛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합니다. 이 속담은 달콤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심을 비판하는 것이지만 사실 쓴맛과 단맛 중 고르라고 한다면 단맛 대신 쓴맛을 고르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우리 주위에 단맛을 가진 간식들이 넘쳐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독성 있고 빠르게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주는 단맛보다 유용한 게 쓴맛입니다. 과연 쓴맛이 나는 음식들은 우리에게 어떤 유익이 있을까요?

한의학에서는 모든 본초를 맛과 성질로 나눕니다. 기본적으로 다섯 가지 맛, 신감산고함(辛甘酸苦鹹)으로 구분을 하는데 매운맛, 단맛, 신맛, 쓴맛, 짠맛이 그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입으로 느끼는 맛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각 기관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맛은 음식으로 즐긴다 해도 쓴맛을 음식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말이 있듯이 쓴맛은 우리 몸에 분명 이로운 것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쓴맛은 심장에 영향을 주는 맛입니다. 심장은 혈액 순환의 핵심 기관이며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느라 애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장에는 열이 쌓이기 쉬운데 쓴맛은 뜨겁게 달아오른 심장의 기운을 가라앉혀서 심장의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만들어줍니다.

봄에 나는 봄나물 중에는 쓴맛을 내는 것들이 많다. 씀바귀나 취나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데 이런 쓴맛의 봄나물들은 나른한 봄철 춘곤증을 가시게 하는 데 좋다. ⓒ베이비뉴스

또한 쓴맛은 습한 기운을 다스리는 데도 좋습니다. 우리 몸에 습한 기운이 과도하게 쌓이면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보통 습한 기운이 쌓이면 물먹은 솜처럼 몸이 무겁고 피로가 심해집니다. 속이 불편하고 구토가 나거나 식욕이 저하되는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습한 기운을 다스려주는 것 역시 쓴맛입니다.

쓴맛은 우리 몸의 소화 작용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기름진 것을 먹거나 소화가 원활하지 않아서 속이 더부룩하고 좋지 않을 때 쌉쌀한 맛을 가진 차를 마시면 속이 편안해지는데 쓴맛이 소화를 돕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쓴맛은 소화불량으로 인한 여러 증상들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봄에 나는 봄나물 중에는 쓴맛을 내는 것들이 많습니다. 씀바귀나 취나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데 이런 쓴맛의 봄나물들은 나른한 봄철 춘곤증을 가시게 하는 데 좋습니다. 질환은 아니지만 따뜻한 봄이 되면 유독 기운이 처지는 춘곤증으로 무기력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피로가 지속되고 한창 활동해야 할 낮 시간에 자꾸만 졸음이 쏟아져서 학업이나 업무에 방해가 됩니다. 이럴 때 처지는 기운을 끌어올려서 에너지를 내게 하는 것이 바로 쓴맛을 지닌 음식들입니다.

예로부터 '소갈'이라고 불렸던 당뇨의 처방으로도 쓴맛이 나는 약재가 사용되었습니다. 즉 쓴맛을 내는 약재가 혈당을 내려서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녹차의 쓴맛을 내는 카테킨의 경우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당뇨가 있는 사람들에게 쓴맛을 가진 여러 채소들은 약이 됩니다. 더욱이 당뇨는 평상시의 식습관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평소 식단에 쓴맛이 나는 채소들을 많이 늘려주면 도움이 됩니다.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머리로 열이 올라 머리 전체가 뜨끈뜨끈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두통이 생기기도 합니다. 쓴맛은 바로 이럴 때 머리를 가볍고 맑게 해주기도 합니다. 치솟는 기운을 편안히 안정시키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졸음을 쫓아줍니다. 따라서 자꾸만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리가 묵직하게 느껴질 때도 쓴맛이 나는 봄나물들을 많이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김소형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한의학 박사로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김소형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치료뿐만 아니라 전공인 본초학, 약재 연구를 바탕으로 한방을 보다 넓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서로는 「꿀피부 시크릿」 「데톡스 다이어트」 「CEO 건강보감」 「김소형의 경락 마사지 30분」 「김소형의 귀족피부 만들기」 「자연주의 한의학」 「아토피 아가 애기똥풀 엄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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