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로 얼룩진 흔적 남지 않도록…경복궁 담장 복구 위해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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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9시께 서울 경복궁 영추문 앞.
지난해 말 '낙서 테러'로 얼룩졌던 경복궁 담장에서 다시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기 위해 과도하게 작업하면 담장 보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은 19일까지 영추문 일대에서 작업한 뒤, 22∼24일에는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담장에 남은 스프레이 낙서 흔적을 지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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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자, 1팀부터 시작합시다!"
18일 오전 9시께 서울 경복궁 영추문 앞. 흰색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작업자' 9명이 가림막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주변에 설치된 가설 장비를 피해 3개 조로 나뉜 이들은 조용히 작업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작은 붓으로 먼지를 털어냈고, 또 다른 이는 아세톤을 고르게 펴 발랐다.
이들은 돌 표면에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 흔적이 남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붓질을 계속했다. 보존 처리 작업에 쓰는 재료인 '젤란검'이 떨어지지 않게 손은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말 '낙서 테러'로 얼룩졌던 경복궁 담장에서 다시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올해 초 마무리된 1차 작업이 스프레이 오염 물질을 지우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가까이서 볼 때 확인되는 미세한 흔적을 최대한 지우는 게 목표다.
정소영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석재에 남아있는 스프레이 흔적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아세톤을 바르고 접착성이 좋은 젤란검을 붙여 떼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작업과 비교하면 쉬워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두 차례 낙서로 오염된 부위가 36m에 이를 정도로 넓은 탓에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소속 전문가들은 약 3개월간 매주 한 차례씩 영추문 주변 석재와 표면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보존 처리 작업 구간은 12∼13m로 다소 줄었으나 스프레이 오염 물질이 깊숙이 스며든 것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어 흔적을 완전히 지우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왼쪽의 담장은 1975년에 쌓은 터라 석재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기 위해 과도하게 작업하면 담장 보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현주 학예연구관은 "오염 물질이 남아있는 부위에 따라 크기 별로 젤란검을 잘라 준비해뒀다. 오염 물질을 녹여낸 부위에 붙여 떼어내는 식인데 꼼꼼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3명의 작업자가 15곳에 아세톤을 바르고 젤란검을 붙이는 데는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 연구관은 "젤란검은 수분이 마르면서 투명해지는데 하루가 지난 내일까지 붙여둘 예정"이라며 "이후 실험실로 가져 (오염 물질 제거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과 고정주 경복궁관리소장은 현장을 지켜보며 보존 처리 방법과 과정 등을 논의했다.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은 19일까지 영추문 일대에서 작업한 뒤, 22∼24일에는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담장에 남은 스프레이 낙서 흔적을 지울 예정이다.
보존 처리 작업은 이번으로 마무리된다.
추가 작업으로 복구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재료비, 물품 임대료, 인건비 등 최소 1억원 이상이 쓰인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문화재청은 이번 작업 비용까지 포함해 최종 비용을 산정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복구 작업을 모두 마무리한 뒤 비용을 산정해 문화유산을 훼손한 사람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며 "국가유산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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