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미용실만 찾아다녔는데... 이제 파마까지 도전해요"

권정현 2024. 4.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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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자르기 눈치 보여 사람 없는 미용실만 찾아다녔는데 이제 파마까지 도전합니다."

헤어카페 더휴는 노원구가 운영하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다.

미용사 2명뿐 아니라 사회복지사도 상주하며 미용실을 찾는 장애인들에게 복지제도를 안내해 준다.

사회복지사 박건후(37)씨는 "다른 구에 사는 한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장애가 있는 아들이 미용실을 평생 못 가봐 제발 받아주면 안 되느냐며 우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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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장애인 전용 미용실]
이동 불편함 없도록 시설 마련
"눈치 보지 않고 부담 없이 방문"
15일 서울 노원구 헤어카페 더휴에서 손님들이 파마를 하고 있다. 노원구 제공

"머리 자르기 눈치 보여 사람 없는 미용실만 찾아다녔는데 이제 파마까지 도전합니다."

정은자(74)씨는 태어나자마자 6·25가 터져 피란길에 한쪽 청력을 잃고 척추를 다치는 장애를 입었다. 평생 장애를 가진 채 살았던 정씨가 16일 전동 휠체어를 끌고 찾은 곳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헤어카페 더휴'. 이곳이 생기기 전 5년간 미용실을 다니지 않았다던 정씨는 벌써 세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첫 방문에는 커트, 두 번째에는 염색, 이날은 파마를 하는 날이다. 정씨는 "일반 미용실은 휠체어를 주차할 데도 없고, 문턱이 높은 탓에 들어가는 일부터 막막하다"며 "여긴 휠체어도 쉽게 들어올 수 있고 머리 감고 자르는 것도 한 자리에서 할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 노원구 헤어카페 더휴 입구. 권정현 기자

헤어카페 더휴는 노원구가 운영하는 장애인 친화 미용실이다.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입구 문턱을 없앤 것은 물론, 입구 앞바닥에는 발로 눌러 문을 열 수 있는 개문(開門) 버튼을 만들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머리를 자르는 의자에서 바로 머리를 감을 수 있도록 일체형 샴푸대도 갖췄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에는 우툴두툴한 타일을 깔았다. 큰 길과 면한 창문으로 사람들이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블라인드를 쳐 놓는 등 배려도 세심하다. 이용료도 커트 6,900원, 파마 1만9,000원, 염색 1만5,900원으로 시중가의 20~50% 수준이다.

미용사 2명뿐 아니라 사회복지사도 상주하며 미용실을 찾는 장애인들에게 복지제도를 안내해 준다. 지난해 9월 더휴 1호점은 문을 열자마자 입소문이 났고 예약 대기가 3개월이나 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높은 호응에 지난해 11월 2호점도 개점했다. 30년 차 미용사 윤순임(50)씨는 "일반 미용실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던 고객들이 왜 이렇게 잘 챙겨 주냐며 고마워하실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헤어카페 더휴에 장애인을 위한 미용실을 운영해 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다. 권정현 기자

장애인을 위한 더휴와 같은 미용실이 최근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해 10월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 한우리'를 열었고, 강북구와 동작구도 일반 미용실과 협약을 맺어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265만 명에 이르는 장애인 숫자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헤어카페 더휴는 노원구에 등록된 장애인 주민만 이용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 박건후(37)씨는 "다른 구에 사는 한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장애가 있는 아들이 미용실을 평생 못 가봐 제발 받아주면 안 되느냐며 우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미용실이 전국으로 확산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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