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쏘아올린 전력 위기...성큼 앞으로 다가온 전력난 앞당겨

김효선 기자 2024. 4. 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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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세계 전력 위기로 번지고 있다. 생성형 AI 수요가 급증하며 데이터센터를 위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해서인데, 이런 현상은 AI의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최근 들어 AI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대기업들은 잇따라 데이터 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구축하는 데에만 몇 년이 걸리는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AI 기능 구축을 위한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를 지원하려면 향후 몇 년 안에 1조 달러(약 1375조원) 규모의 데이터 센터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데이터센터 용량은 이미 포화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인허가 절차가 복잡한 데다가 전력 설비 부족, 지역 주민 반발, 전기 요금 인상 우려 등이 맞물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전력 고갈이 가장 큰 문제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를 돌리는 데도 전력이 필요하고, 온도 유지를 위해 냉각시키는 데도 전력이 쓰이기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구글 검색보다 최대 30배 높은 전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전력회사는 데이터 센터를 지원할 전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 데이터센터 허브인 미국의 버지니아 북부 지역에서는 미국 유틸리티 기업(수도·전기·가스 공급업체) 도미니언 에너지가 지난 2022년 새로운 데이터센터 연결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도미니언 에너지는 버지니아 규제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데이터센터 개발로 인한 전력 부하 증가가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최대 전력회사 APS도 초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사업을 당분간 보류하겠다고 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회사 블랙스톤의 창업자 겸 회장 스티브 슈워츠먼은 16일(현지 시각) “미국 여러 주에서는 이미 전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AI 기업들의 최근 고민이 데이터 센터 투자를 위한 자금이 아니라 ‘전력 공급’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새로운 AI 경제에서 한계 중 하나는 데이터 센터를 어디에 구축하고 어떻게 전력을 확보하느냐”라고 평가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데이터 센터 사업부 부사장인 판카이 샤르마는 “데이터 센터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적은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전력 위기 문제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 센터가 쓰는 전력량은 지난 2022년 연간 460테라와트시(TWh)에 달했다. 이는 프랑스의 2022년 전력 소비량(425TWh)과 맞먹는 수준이다. IEA는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센터에서 소비되는 전력이 2026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 대란 현상은 AI 기술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년 전에는 AI를 위한 칩이 부족했는데, 현재는 최첨단 기술의 최근 병목 현상은 ‘전력 공급’에서 나온다”라며 “내년이면 모든 칩을 구동할 만큼의 충분한 전력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앤디 제시 아마존 CEO도 “새로운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하기에 지금 당장은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전력 공급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데이터 센터 수요를 맞추려면 석탄·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오히려 높여야 하는데, 이는 기후 변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과 반대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국은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급증하는 데이터 센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국에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려던 계획이 잇따라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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