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애 학원 줄일까?”… 고물가에 ‘교육비’까지 졸라매는 학부모들

최정석 기자 2024. 4. 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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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50대 학부모 안 모씨는 최근 아내에게 "애들 학원을 하나 줄이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들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학부모 B씨는 "초등학생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에 같은 학교 친구들도 많이 다닌다"며 "갑자기 애가 학원에 안 나가면 아이들 사이에 괜히 안 좋은 소문이 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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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장기화에 ‘최후방 저지선’ 교육비마저 감소세
1분기 학원·독서실 등 매출, 작년보다 24.5% 줄어
교재비, 학원 등록비도 인상 흐름… 학부모들 ‘울상’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50대 학부모 안 모씨는 최근 아내에게 “애들 학원을 하나 줄이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들었다. 물가가 치솟아도 성장기 아이들 식비를 줄일 수는 없으니, 차라리 교육비를 줄이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안씨는 “아이 둘 다 수학,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당분간 둘 중 하나는 끊어야 할 것 같다”며 “애 키우는 직장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고물가 국면이 길어지는 가운데 아이를 키우는 가정들이 ‘최후방 저지선’처럼 여기던 교육비까지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그대로인 탓에 자녀들 학원 등 교육비를 줄이지 않으면 살림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다.

18일 BC카드가 내놓은 ‘ABC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발생한 교육 분야 가맹점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24.5% 줄었다. 구체적으로 1월 22.8%, 2월 24.0%, 3월 26.7%를 기록하며 매월 20% 넘는 감소세를 보였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예·체능학원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57.8% 감소했다. 그 뒤를 보습학원(-44.9%), 외국어학원(-42.1%), 독서실(-39.3%) 등이 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은 소득 수준과 상관 없이 교육비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다. 최근 신한은행에서 발간한 ‘2024 보통사람 금융보고서’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가구는 전 소즉 구간에서 교육비 지출이 가장 컸다. 이런 점 때문에 교육비는 가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줄이는 소비’로 알려져 있다. 가정에서 교육비를 줄이는 추세가 감지되는 건 그만큼 살림이 빠듯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울산에 거주하며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주부 A씨가 지난달 아이들 학원으로부터 받은 학원비 인상 공지 문자. /독자 제공

물가 인상 여파로 생필품, 식품은 물론 학원비도 오르는 실정이다. 울산에 거주하며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주부 A씨는 지난달 말 아이들 학원으로부터 학원비를 1만원 인상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올해 초에는 교재비가 오르더니 결국 분기 말에 학원비까지 올랐다”며 “학원을 끊을까 말까 고심하던 상황에 학원비 인상 문자를 받으니 생각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막상 학원을 끊으려 해도 아이들 걱정에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부모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학부모 B씨는 “초등학생 아이가 다니는 영어학원에 같은 학교 친구들도 많이 다닌다”며 “갑자기 애가 학원에 안 나가면 아이들 사이에 괜히 안 좋은 소문이 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 학원을 끊어야 집에 돈이 좀 도는 상황인데 그것 때문에 계속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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