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희망의 빵집은 계속 운영될 수 있을까
유엔 “인도주의 위기 대응에 28억달러 필요”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의 참혹한 상황이 잊히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유엔이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 대응을 위해 올해에만 최소 28억달러(약 3조8500억원)의 기부금이 필요하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국제사회 도움으로 영업을 재개한 빵집 두 곳이 가자지구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지만, 연료와 밀가루 부족으로 다시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엔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구호대원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다른 분쟁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광범위한 건물 파괴와 기근, 무너진 의료 시스템을 복구하기 위해선 올해 남은 9개월 동안 28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NYT는 유엔이 모금을 요청한 28억달러도 애초 추산한 40억8900달러(5조6000억원)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폭격 사건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 비난이 거세지자 최근 자국 영토에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 차량 검문 강도를 낮췄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부터 현재까지 케렘 샬롬 교차로를 통해 가자지구에 진입한 트럭은 평소보다 많은 553대로 집계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이 구호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NYT는 “탑재 품목 가운데 단 하나가 군사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럭 전체가 진입을 거부당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큰 피해를 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선 영업을 중단했던 빵집 두 곳이 유엔 도움으로 다시 문을 열어 주민들의 생명줄이 되고 있다. 빵집 주인 카멜 아주르는 NYT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빵”이라며 “가자지구 북부 기근을 이젠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빵은 50조각에 1.30달러(1800원)로 판매되고 있다. 유엔은 “이는 최근 몇 달 동안 가자지구에서 판매된 빵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모두 잃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겐 이마저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주민 마젠 하라진은 “전쟁 발발 이후 구급대원으로 일했지만, 6개월간 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빵값이 너무 비싸다”고 호소했다.
빵집이 계속 운영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유엔은 “지원한 연료와 밀가루가 오는 19일이면 바닥난다”며 “언제 추가 지원이 이뤄질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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