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 “‘우정마케팅’ 안 하려고 했지만, 20주년 자랑스러워”[인터뷰]

김원희 기자 2024. 4. 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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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 안테나 제공


밴드 페퍼톤스가 끈끈한 20년여의 우정을 자랑했다.

페퍼톤스는 지난 17일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렌티’를 발매했다. 지난 20년을 돌아볼 수 있는 리메이크곡과 앞으로의 20년을 넘어볼 수 있는 신곡까지 총 20곡이 담겼다. 2004년 3월 데뷔 앨범 ‘어 프리뷰’를 발매한 후 수많은 앨범과 공연을 거쳐 완성된 페퍼톤스의 20주년을 담아낸 앨범인 셈이다.

멤버 이장원과 신재평은 2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 “겸연쩍다”면서도, 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치러진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뜨거운 열정과 우정을 그리고 청춘의 모습을 보여줬다.

페퍼톤스. 안테나 제공


‘서프라이즈’한 20년


“페퍼톤스 공식 홈페이지에 ‘since 2004’라고 쓰여 있어요. 2004년에 데뷔 하면서 오랫동안 한 번도 솥이 식지 않은 설렁탕집 같은 느낌의 문구를 넣어 둔 게 당시에는 개그 코드였죠. 그런데 이제는 정말 하루하루가 기록이에요.”(이장원)

두 사람이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999년,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입학하면서다. 동기였던 두 사람은 2003년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밴드를 결성했고, 야망보다는 재미를 원동력으로 밴드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20년이 지나니,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이 됐고, 이들에게 퍼페톤스와 음악은 필연이 됐다.

이장원은 “세계정복을 넘어 우주정복이라는 대단한 포부와 허황된 꿈으로 시작한 밴드인데(웃음), 그만큼 재밌게 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둘 사이의 현실적인 문제나 견해 차이가 음악을 하는 것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게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우정 마케팅’은 안 하려고 했는데, 10주년과 비교해 두 배가 아니라 몇 배는 더 자랑스럽다”고 웃었다.

페퍼톤스 이장원. 안테나 제공


이에 신재평도 “20주년을 맞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장원이가 일이나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페퍼톤스를 우선으로 시간 운용을 했기 때문에, 제가 인내했다기보다는 고마웠다. 오래가는 친구가 있다는 게 점점 더 소중해진다. 동업하니까 더 민감하고 부딪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그런 것 없이 무던히 지나온 것 같다”고 화답했다.

앨범 ‘트웬티 플렌티’의 A사이드 ‘서프라이즈’에는 페퍼톤스의 대표곡을 동료 뮤지션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리메이크한 10곡을 담았다. ‘계절의 끝에서’ ‘행운을 빌어요’ ‘공원 산책’ 등 페퍼톤스의 대표곡들이 수민, 잔나비, 루시, 나상현씨밴드, 이진아·정동환(멜로망스), 웨이브 투 어스, 유다빈밴드, 드래곤 포니, 스텔라장, 권순관까지 총 10명의 아티스트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타이틀곡은 잔나비가 부른 ‘행운을 빌어요’. 신재평은 “저희 공연의 세트리스트에서 절대 안 빠지는 곡이다. 발표한지 12년이 됐는데 여전히 미디어에서 많이 나온다. 롱런하는 곡이 돼 감사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A사이드에는 어디서 공연을 하더라도 빠지면 안 되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노래를 주로 담았다”며 “이 노래들을 만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들이 가진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들이 반짝하고 사라진 게 아니라, 누군가 계속해서 들어줬다는 게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페퍼톤스. 안테나 제공


‘리와인드’ 한 청춘


‘트웬티 플렌티’의 B사이드 ‘리와인드’에는 오래전 습작처럼 만들어 둔 데모곡부터 최근에 완성한 신곡까지, 페퍼톤스의 오랜 시간을 담은 이야기를 펼친다. 타이틀곡은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을 바탕으로 더 멀리 나가겠다는 다짐을 담은 ‘라이더스’가 낙점됐다.

신재평은 “사실 지난해 공연에서 선공개된 ‘코치’를 타이틀로 열심히 밀었다. 그런데 회사 젊은 친구들의 선택으로 ‘라이더스’가 됐다”고 솔직히 전하며 웃었다.

이장원은 “육지 위의 카우보이가 말을 타고 바다를 보러 간다는 내용의 곡”이라며 “우주정복은커녕 우주를 가보지도 못했고, 20년을 했지만 꿈이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우리의 모습, 우리 음악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기분 좋을 수 있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바다를 향해 가고 있는 라이더스의 모습으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페퍼톤스 신재평. 안테나 제공


밝은 멜로디로 희망과 청춘을 노래해온 만큼 페퍼톤스는 ‘BGM 가수’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실제로 페퍼톤스의 노래들은 많은 광고와 예능에서 배경 음악으로 쓰이며 실생활에 조용히 녹아들어 있다. 이들은 “데뷔 때 ‘당신 인생에 양념이 돼 줄 음악을 한다’고 소개한 적 있는데, 그대로 됐다”고 신난 모스을 보이며, 이후 20년 동안도 변함없이 밝은 음악과 메시지로 달려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이장원은 “배경음악으로 많이 쓰인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저희는 몰라도 저희 노래는 각인이 됐다는 거다. 우리가 그 노래를 발표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을 때 반가워해 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재평 또한 “페퍼톤스는 널리 알려졌다기보다 들여다본 사람이 알 수 있는 독특한 맛을 가진 팀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음악을 축적해나가다 보니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진 팀이 됐고, 그 기대를 어긋나게 하지 않기 위해 기존 대중가요와는 다른 색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좋은 작품’이라고 하면 어떤 시기를 살아가든 그때마다 새로운 울림을 준다고 생각한다. 저희 동년배도, 20대 친구들도 공감할 수 있는 저희만의 청춘 얘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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