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맞고 날아간 고졸신인 데뷔 선발승···악재도 가지가지, 그래도 웃었다, 올해도 이겨내리[스경x스토리]
KT는 지난 1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모처럼 경기 중 웃음으로 꽉 찼다. 고졸신인 투수 육청명(19·KT)의 투구 때문이었다.
올해 신인 2라운더 육청명은 지난 12일 1군에 등록됐고 이날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다. 쾌투를 했다. 2회말 송성문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선취점을 내줬지만 3회초 타선에서 4점을 뽑아 앞서 나갔다.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기 위한 마지막 관문, 5회말에는 이용규와 도슨에게 안타, 최주환에게 볼넷을 내줘 2사 만루 위기에 몰렸으나 이형종을 2구(직구)만에 1루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KT 더그아웃의 모든 코치들과 선수들이 정말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박수를 쳤다.
육청명은 고영표가 빠진 자리에 선발로 투입됐다. 마운드가 연쇄 부진을 겪고 있는 지금, 씩씩한 고졸신인의 선발 데뷔전 승리는 팀에 정말 큰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변환점이 될 수도 있다. 투수 본인의 자신감은 물론 구단 역사에 남을 큰 기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기록마저 어처구니 없이 날아갔다. 육청명은 82개의 쾌투를 하고 4-1로 앞선 6회말 교체됐는데 무사 1·2루에서 두번째 투수 이채호가 키움 김휘집을 땅볼로 잘 유도했으나 타구가 하필 전일수 2루심에게 맞고 말았다. 빠른 속도로 날아와 심판에게 맞은 타구는 굴절됐고 KT 내야수들이 잡을 수가 없었다. 완벽한 병살코스였으나 내야안타가 됐다. 2루주자가 홈까지 달려들다 런다운에 걸렸으나 이조차 페어 지역에서 심판이 타구에 맞으면 그 순간 볼데드가 돼 한 베이스만 진루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3루에서 세이프 처리됐다. 최소 2사 3루가 됐어야 할 상황이 무사 만루가 되고 말았다. 결국 KT는 다음에 희생플라이와 2타점 적시타를 주고 4-4 동점을 허용, 육청명의 승리가 날아갔다.
악재도 가지가지, KT는 개막 이후 계속 꼬이고 있다. 현재 선발 고영표와 필승조의 이상동, 테이블세터인 배정대와 김민혁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잘 하는 선수, 핵심 전력만 골라서 다쳤다. 최대 강점이었던 선발진이 불안하게 출발하면서 불펜까지 영향을 준다. 선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5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KT의 경기는 잘 풀리지가 않는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개막 이후 처음으로 선수단을 모아 미팅을 가졌다. 이강철 감독은 평소 선수들과 대화는 많이 하지만 정색하고 소집하는 미팅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거의 해마다 시즌 초반 힘겹게 출발할 때도 최대한 기다렸다가 한 번 정도 선수단 미팅을 했었다. 묘하게도 그 뒤 분위기가 반전돼 선수들이 힘을 내곤 했다.
그날이, 올해는 이날이었다. 키움전에 앞서 선수들을 모아 조급해하지 않도록, 일찍부터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달했다. 분위기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육청명의 호투가 나왔다. 그조차 불운에 꼬이기는 했지만 KT는 결국 6-4로 승리했다. 마무리 박영현은 드디어 시즌 첫 세이브를 거뒀다. 데뷔전 선발승 기록은 억울하게 놓쳤지만 막내 투수의 호투는 KT 마운드에 희망을 실었다.
KT는 지난해 6월까지 10위였고, 2022년에는 4월15일에 10위를 찍고 하위권에 머물다 6월 중순 5강권으로 진입했다. 늘 봄에 액운이 끼었고 거듭 꼬이는 상황을 겪어가며 바짝 정신을 차렸다. 올해도 출발이 다르지 않다.
일단 선수들도 한 명씩 돌아온다. 부상으로 빠졌던 김민혁은 18일 엔트리에 복귀한다. 개막 직후 부진으로 2군에 가 컨디션을 회복한 베테랑 투수 우규민도 19일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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