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동원 뒤 숨진 공무원…"직무관련성 밝혀야"

전북CBS 남승현 기자 2024. 4. 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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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국공무원노조 진현채 남원시지부장
A씨가 근무하던 사무실 자리에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본부 남원시지부 제공


"아직 유족 면담도 없고 전화로만 대화가 오가는 수준인데 남원시가 순직 신청을 실무자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부시장 통해서라도 적극 대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북본부 남원시지부 진현채 지부장이 18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이다.

제22대 총선 사전투표 사무원으로 동원된 남원시 공무원 노동자 A씨가 숨지며 공무원 사회는 비통한 분위기를 맞고 있지만 순직 신청 과정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진현채 지부장은 "사후 시장께서 적극적 협조하라는데 실무부서에 확인했더니 사망 사실과 관련해 경위가 저희 성명서 보다 심플하게 나온다"며 "그냥 근무했고 선거 있었던 다음날 목욕탕에서 쓰러져서 사망했다고만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공무원연금공단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인데 인사처나 연금관리공단이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근무 시간 중에 쓰러진 게 아니라 순직 심사가 어떨지는 장담할 수 없다. 드라이하게 들어가면 이 정도 연령대면 누구나 그럴 수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선 A씨의 사망경위에 대한 직무관련성을 밝히는 게 필요하다"며 "노조차원에서 조사단을 구성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일, 다른 공무원 대체…어머니 빈자리는 누가"


읍면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실시된 총선 사전투표 사무원으로 동원되어 일하다 다음날 이른 아침 쓰러졌고 8일 끝내 숨졌다.

진현채 지부장은 "읍면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은 선거일 한 달 전부터 선거사무에 동원되며 선거인 명부작성에서부터 투표안내문과 공보물 발송은 물론 주중에는 본연의 업무를 추진하다 주말에 실시되는 사전투표일에 이르러 여전히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틀에 걸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면사무소에서 맞춤형 복지팀장으로 일하다 지난 1월 정기인사에 따른 추가결원이 발생해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건강의 적신호가 켜졌어도 자신보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을 선택한 공무원이었다"며 "14시간 연속으로 주말 이틀 동안 이어지는 사전투표 동안 힘들어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탓에 결국은 가족에게 빈자리를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10일 선거일 A씨의 빈자리는 곧바로 다른 공무원으로 자리가 채워졌지만 누군가의 아내, 자녀들의 어머니로서 빈자리는 누가 무엇으로 채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선거만 치르면 동료 비극 마주"…전면 거부 시사


사전투표 자료사진. 황진환 기자

"정말 정부와 정치권에 묻고 싶다. 공무원이니까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가"

"기어이 공무원의 피를 봐야만 당신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지켜지는가"

"국민 누구나 누리는 민주주의의 권리를 우리는 누리지도 못한 채 살인적인 강도의 업무 속에서 피를 흘려야 하는 우리의 존재는 숙명이란 말인가"

전북시군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는 18일 전북특별자치도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구호를 외쳤다.

전북시군공무원노조협의회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를 책임지던 전주시 공무원이 순직했었다"며 "선거만 치르면 우리는 우리의 동료가 쓰러지는 비극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은 끝났지만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이 다가온다며 "투표시간 단축, 수당 현실화 등의 목소리를 정부와 정치권이 계속 외면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투표사무를 전면 거부할 것이며 그 책임은 정부, 정치권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엔 지역 축제 동원…한복까지 사서 입으라니"


총선에 이어 이제 지역축제 동원을 앞두고 있다.

진현채 지부장은 "지방자치법상 축제가 저희 고유 사무가 아니다"며 "지역 경제 차원에서 지원하는 건데 과도한 예산지원으로 업무수행을 공무원이 직접 하면서 축제 전체가 전 직원 동원되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특히나 남원시가 오는 5월 춘향제 때 공무원과 부스 관계자들에게 한복 착용을 독려한 것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진현채 지부장은 "공무원은 안전관리 지원이 맞지만 자비를 들여 한복 입고 축제에 참여하고 근무하라고까지 내려오고 있다"며 "독려라는 내용이지만 공식석상에서 부서장에게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춘향제가 개최될 무렵에 날씨가 무더운데 그 복장까지 입으라고 하면 온열질환도 걱정이고 비용을 공무원 각자가 부담하라니 공무원이 각출한 상조회비로 옷을 구매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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