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뺨치는 10대 온라인 도박장…초등학생까지 도박

이준석 2024. 4. 1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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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최근 '온라인 도박'에 빠진 10대 청소년을 만나 그 심각성을 전해 드렸습니다. 갈수록 접근이 쉬워지는 온라인 도박에 청소년들이 멍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부산 경찰이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중학생과 이곳에서 도박한 10대, 111명을 무더기로 검거했습니다.

■ 도박 사이트 운영 일당 16명 중 15명이 10대…총책은 중학생

중학생이 운영한 온라인 도박 사이트 첫 화면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에 붙잡힌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 총책은 중학생입니다.

컴퓨터 실력이 뛰어난 중학생 총책은 컴퓨터 게임 등과 관련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고등학생과 함께 도박 사이트 개설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지난 2022년 12월부터 실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많이 접속하는 특정 SNS 커뮤니티에 도박 사이트 링크를 올려 홍보에도 나섰습니다.

온라인 도박장을 쉽게 관리하기 위한 조직도 꾸렸습니다. 어른들의 범죄 조직 못지 않습니다.

중학생 총책은 도박 서버를 관리하는 고등학생을 비롯해 회원 관리책과 도박 자금 충전·환전책까지 모두 10대로 꾸렸습니다. 그리고 일당 5만 원에서 10만 원가량을 주고 직원을 관리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용자들이 도박 비용을 입금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 명의 계좌도 활용했습니다. 중·고등학생 5명에게 10만 원에서 20만 원을 주고 '청소년 계좌'를 넘겨받았습니다.

부산경찰청이 공개한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 및 이용자 현황.


이렇게 꾸려진 운영 조직은 모두 16명. 이 가운데 20대 1명을 빼고 모두 10대였습니다.

경찰은 20대 1명을 도박장 개설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10대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21개 종류의 도박 게임을 제공했고, 판돈을 100원에서 1,000원까지 다양하게 걸 수 있게 만들어 10대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운영하며 챙긴 범죄 수익은 2,100만 원가량. 이용자들 사이에 오고 간 도박 금액은 2억 1,300만 원으로 경찰은 집계했습니다.

■게임처럼 쉽게...초등학생도 도박 참여

도박에 참여한 이들은 누구일까요?

한 번이라도 해당 도박 사이트에 입금하거나 이용한 사람은 1,578명입니다. 이 가운데 14살 이상 청소년에게만 발급하는 '청소년 계좌'를 이용한 사람이 80%에 달했습니다. 10명 중 8명이 10대였다는 겁니다.

경찰은 도박사이트 이용 기간과 도박 횟수,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98명만 검거했는데, 이 가운데 96명이 10대였습니다.

여학생 2명을 포함한 중학생이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이 21명이었습니다. 심지어 초등학생 1명도 가담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한 고등학생은 이곳에서 넉 달 동안 무려 325차례, 218만 원을 도박비로 썼습니다.

온라인 도박 진행 화면. 채팅 형식으로 이뤄져 베팅과 결과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었다.


도박 사이트 이용자들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 등 주변에서 도박하는 것을 보고 검색하거나 초대 링크를 받아 참여했습니다. 다른 게임 사이트에 게시된 광고를 보고 접속한 10대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96명의 청소년은 부모에게 모두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촉법소년 18명을 '소년보호사건'으로 법원에 송치하고, 나머지 78명은 각 지역 경찰서 선도심사위원회에 넘겼습니다. 동시에 도박문제 예방을 위한 선도 프로그램과 연계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처했습니다.

경찰에 적발된 뒤 자녀가 도박했다는 사실을 안 부모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취재진에게 사연을 공개한 한 중학생 부모는 자녀가 도박 중독 증세를 보여 한 달간 약물 치료 이후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 털어놨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10대 도박..."부모·교사도 예방 교육받아야"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성인들의 문제였던 '도박'이 10대 사이에도 퍼져있다는 사실을 수사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특히 "지금의 10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했고, 코딩 등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교육을 접하면서 그 실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고 분석, 진단했습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사건 브리핑 모습.


경찰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도박 예방 교육을 이제는 학부모는 물론 학교 선생님들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이번 사건 도박 사이트를 보면 게임을 하는 것인지 단순히 대화를 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어른들이 이런 실태를 알아야 예방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경찰은 또, 청소년이 SNS에 가입할 때는 부모 동의와 인증이 필요하도록 하거나 본인 인증만 있으면 비대면 개설이 가능한 '청소년 계좌'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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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기자 (alley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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