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외로움에 마음이 아팠다면…위로와 공감의 뮤지컬

서정민 기자 2024. 4. 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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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넥스트 투 노멀’ ‘디어 에반 핸슨’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공연 장면. 엠피앤컴퍼니 제공

이제 정신질환은 유별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크고 작은 정신질환 병력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질환의 고통을 간접 체험하게 하는 동시에 누구나 정신질환을 겪을 수 있음을 새삼 깨우치게 했다. 지금 뮤지컬 무대에서도 정신질환을 다룬 두 작품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건 물론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편견을 없애는 미덕을 갖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넥스트 투 노멀’(5월19일까지)은 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정면으로 다룬다. 과거의 상처로 16년째 조울증을 앓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의 삶을 직시하게 한다. 엄마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딸 나탈리, 아내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며 흔들리는 가정을 지키려 애쓰는 아빠 댄,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들 게이브까지 가족들은 저마다 한계에 다다르며 괴로워한다. 위태로웠던 가족들은 서로의 상처를 진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하고, 피어나는 희망을 붙잡으려 한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공연 장면. 엠피앤컴퍼니 제공

‘넥스트 투 노멀’은 극작가 겸 작사가 브라이언 요키와 작곡가 톰 킷이 10년에 걸쳐 완성했다. 양극성 장애에 대한 수기와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환자와 가족들이 충분히 수긍할 만큼의 완성도를 위해 오랜 기간 담금질한 것이다. 2008년 미국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200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2009년 토니상 3개 부문(음악·편곡·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2010년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에선 2011년 초연 이래 이번이 다섯번째 공연이다. 네번째 공연까지 박칼린이 맡아온 다이애나 역은 이번에 최정원과 배해선이 번갈아 연기한다. 무대는 독특하게도 3층 철제 구조물로 이뤄졌다. 공사장을 연상시키지만, 이는 다이애나 가족의 집이다. 각 층마다 나뉜 공간을 통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사건을 한눈에 보여준다. 한 집에 있어도 소통이 잘 안되는 상황을 상징하기도 한다. 2층과 3층 양 끝에 악단이 배치된 점도 눈길을 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공연 장면. 에스앤코 제공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디어 에반 핸슨’(6월23일까지)의 주인공은 사회불안 장애를 앓는 소년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에반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데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자신에게 매일 편지를 써보라는 상담 선생님 조언에 따라 에반은 ‘디어 에반 핸슨’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쓴다.

이 편지가 사건의 발단이 된다. 자신에게 쓴 편지를 동급생 코너에게 빼앗기고 마는데, 며칠 뒤 코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이다. 코너의 주머니에서 편지를 발견한 코너 부모는 아들이 친구에게 남긴 유서로 오해한다. 코너 부모가 에반을 찾아와 아들과의 추억을 들려달라고 부탁하자 에반은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에반은 불안에 떨면서도 멈출 줄을 모른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공연 장면. 에스앤코 제공

‘디어 에반 핸슨’은 2015년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초연한 이후 2016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2017년 토니상 6관왕(작품·극본·작곡·남우주연·여우주연·편곡상)에 오르며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특히 영화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알라딘’ 음악을 합작한 작사·작곡 듀오 ‘파섹 앤 폴’이 만든 넘버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국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작품의 메시지는 ‘우리는 모두 에반 핸슨이다’로 집약된다. 외톨이 에반이 느꼈던 외로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으며, 결국은 소통과 연대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늘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워킹맘인 에반의 엄마, 아들과 대화 없이 지내다 뒤늦게 후회하는 코너 부모의 사연도 공감을 부른다. 해프닝으로 출발해 끝내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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