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소리 나는 전시관, 문 닫은 이스라엘관···베니스비엔날레에 새겨진 전쟁의 상처
“저를 따라 말해 보세요(Repeat after me).”
영상 속 인물이 건조하게 말한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건 사람의 언어가 아니다. 무기의 언어다. 살상의 언어다.
“슈슈슈슈슈툭”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쉬이이이이이”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폴란드관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을 공격했던 무기들의 소리를 입으로 흉내내고, 이를 관람객들에게 따라할 것을 권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예술 집단(Ukrainian Open Collective)영상 작품 ‘나를 따라 말해 보세요’다. 영상 앞에는 마이크들이 설치돼 있고 관람객들은 그 앞에서 영상 속 인물이 내는 무기의 소리를 따라할 수 있다. 영상 속 인물은 자신들이 기억하는 공습 상황과 소총, 미사일 등의 소리를 건조하게 설명하고 소리를 낸다. 사람의 입으로 재현되는 무기의 소리가 반복면서 전쟁의 폭력성과 잔임함이 몸을 관통하듯 느껴진다.
전쟁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세계 최대의 미술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에도 전쟁이 할퀴고 간 상흔이 남았다.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이스라엘 국가관은 개막 전부터 전시 반대 여론에 시달렸고, 결국 전시장 문을 열지 않았다. 이스라엘 대표로 참석하는 작가는 휴전을 촉구하는 뜻으로 전시를 열지 않기로 했다.
굳게 닫힌 전시장 유리벽엔 “이스라엘관의 작가와 큐레이터는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가 이뤄지면 전시관을 열 것”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전시 참여 예정이었던 루스 파티르 작가는 “인질 가족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이스라엘 공동체와 연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가 열리는 자르디니 곳곳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붉은색 팜플렛이 흩뿌려져 있었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회에 이어 두 번 연속 국가관 전시를 열지 않았다. 볼리비아 러시아 전시관에 대신 전시를 열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404170823011
https://www.khan.co.kr/culture/art-architecture/article/202404181704001
베니스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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