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위력 새삼 실감케 한 '정글밥' 해프닝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4. 1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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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하면 이제 김병만이 떠오를 정도라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워낙 엄청난 영향력을 남겨 특정 단어가 특정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무한' 같은 단어는 유재석이 떠오르고, '자연인' 하면 이승윤이 떠오르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이제 '정글'하면 우리는 모두 김병만을 떠올린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시즌제로 방영됐던 SBS의 대표적인 레전드 예능, <정글의 법칙> 때문이다.

지난 17일 SBS가 하반기에 새 예능 프로그램으로 준비한다는 <정글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김병만 없는 <정글의 법칙>이라는 해프닝이 벌어진 건 그래서다. 김병만 스스로도 SNS를 통해 서운함을 드러내면서 시끌시끌해지자 SBS는 공식적으로 <정글밥>은 <정글의 법칙> 스핀오프가 아니라고 입장을 내놨다.

물론 <정글밥>이 <정글의 법칙> 스핀오프처럼 오인된 건 김병만이 해왔던 <정글의 법칙>의 영향력만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진이 다름 아닌 <정글의 법칙>을 연출했던 김진호 PD라는 점도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원인이 됐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것도 다소 억측에 가깝다. 오래도록 방영되어온 <정글의 법칙>은 꽤 많은 PD들이 거쳐간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그들이 정글을 소재로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정글의 법칙>과 관련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게다가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정글밥>이 <정글의 법칙>의 후광효과를 빌어 스핀오프처럼 보이고 싶어했을 수 있다. 그저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는 것보다는 <정글의 법칙>이라는 이미 레전드 예능으로 알려진 이름의 후광을 가져가는 게 이득일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정글의 법칙>과 김병만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여겨지게 됐다는 사실이 논란으로 드러났고 제작진은 그게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걸 새삼 확인했을 게다.

SBS가 공식적으로 밝힌 것처럼 <정글밥>은 '해외 오지의 식문화를 경험하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미 제목에 그 기획의 방향성이 모두 들어 있다. 게다가 류수영이 출연한다는 점도 그 기획의도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남선생'이라 불리는 류수영은 <편스토랑>, <K푸드쇼 맛의 나라> 등을 통해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걸 보여준 바 있다. 그러니 <정글밥>은 정글(오지)에서 그곳에 사는 이들이 먹는 음식들을 먹어보거나 그 식재료로 음식을 해서 그곳 분들과 함께 먹어보는 식문화 교류 차원의 프로그램이 아닐까 여겨진다.

<정글밥>이 이처럼 <정글의 법칙>과는 다른 프로그램이고, 그래서 출연진 구성도 새롭게 할 수 있는 건 제작진의 재량에 해당한다. 그러니 사실 김병만이 빠졌다고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다만 김병만이 서운함을 표현하고 여기에 대중들도 호응한 건, 그가 얼마나 정글에 진심이고 그것을 대중들도 인정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일일 게다. 그는 사비를 들여 <정글의 법칙'>스태프들을 챙기며 유튜브 채널 <김병만의 정글 크래프트>를 제작할 정도로 정글에 진심이다.

사실 <정글밥>은 그 제목과 기획의도에서 드러낸 것처럼 여러모로 <정글의 법칙>과는 결이 다르다. <정글의 법칙>은 애초 인간과 자연의 생존과 공존이라는 기치 아래 정글에서 적응해나가며 자연에서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정글에서 밥해먹는' 일이 애초 기획의도와 맞지 않는다며 때론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니 <정글밥>은 <정글의 법칙>과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나은 지점이 있다.

다만 이번 해프닝을 통해, 김병만과 '정글'은 이제 뗄 수 없는 단어가 됐고 여기에 대중들도 호응할 정도로 김병만이 하는 <정글의 법칙>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이 많다는 점을 SBS도 수용했으면 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 많은 관심과 기대만큼 논란도 많았지만 김병만이 이끄는 <정글의 법칙>을 다시 보고픈 이들 역시 많다는 걸 이번 해프닝이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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