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회유 불가능” 檢 해명 파고든 이화영…“검사 휴게실서 가능”

이혜영 기자 2024. 4. 1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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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검사, 검사휴게실 교도관 출입 통제…피고인들만 남아 회유·압박”
‘술 반입 불가’ 검찰 설명에도 ‘검사 승인’ 전제로 “가능하다” 반박
“음주 날짜 6월30일로 특정한 적 없다…전후 일자 기록 모두 공개해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왼쪽부터) ⓒ뉴시스·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 수감된 피고인들이 검찰청사에서 술을 먹고 진술을 조작했다는 '술판 회유'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검찰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폭로에 대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사 휴게실' 등을 지목하며 음주·회유 모두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18일 검찰 발표와 상반되는 내용을 담은 10쪽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진술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김 변호사는 그동안 '술판 회유' 의혹에서 거론되지 않던 '검사 휴게실'을 새롭게 언급하며 교도관들이 재소자의 발언과 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제3의 장소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김성태 등을 통한 회유·압박은 주로 3곳에서 이뤄졌는데 ▲1313호실(검사실) 앞 창고 ▲1313호실과 연결되는 진술녹화실 ▲1313호실과 연결되는 검사 개인 휴게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교도관 출입이 허락되지 않은 '검사 개인 휴게실'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 핵심 피고인들이 있었고, 이 때 회유·조작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담당 검사의 '관리'로 교도관이 해당 공간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검찰의 교도관 전수조사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창고'에는 교도관이 들어와 감독했지만 '진술녹화실'과 '검사 휴게실'에는 교도관이 들어오지 못했다"며 "검사가 휴게실에 이화영과 김성태 등만 남겨 놓고 이화영을 회유·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입장문에서 수사 검사가 검사 휴게실에 교도관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와 피고인이) 검사 휴게실을 이용할 때면 교도관들은 1313호실에 위치하고, 검사가 (직접) 이화영 피고인을 휴게실로 데리고 들어갔다고 한다"며 "그러면 이미 휴게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성태와 방용철 등이 이화영을 맞이했고, 검사는 복도로 연결되는 문을 통해 나가버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교도관들은 검사와 피고인이 함께 있는 것으로 알았지만, 실제로는 김성태와 이 전 부지사 등 피고인들만 함께 있도록 해 이들 간 회유와 압박을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그는 "'진술녹화실' 안의 상황을 교도관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며 "이와 같은 사정을 소상히 아는 수원지검이 교도관을 확인하고 음주 사실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23년 6~7월께 수감 도중 수원지검 소환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핵심 피고인들과 술을 마시며 진술 회유·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이 전 부지사가 김광민 변호사에게 건넨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및 관련 장소를 그린 메모 ⓒ 김광민 변호사 제공

"음주 불가능 하지 않아…출입기록·출정일지 모두 공개하라"

이 전 부지사는 이달 초 열린 재판에서 "검사실 맞은편의 '창고방'에서 김성태 등과 세미나를 했다"며 자신이 회유당하고 진술 조작을 모의한 장소로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맞은편 '창고'(검찰은 '1315호'라고 설명)라는 명패가 걸린 공간을 지목했다. 

이 전 부지사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옥중노트'에도 김성태 등과 연어요리, 육회비빔밥을 먹은 장소를 '창고'로 명시했다. 그러다 최근 변호인 등을 통해 술을 마셨다는 장소를 '창고방'이 아닌 '진술녹화실'이었다고 정정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수원지검 청사 내에서 술 반입은 물론 음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검찰 주장도 재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수원지검 지하 1층 출입구를 통해 사전에 허가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다"며 검사의 승인만 있다면 술 반입과 음주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정확한 음주 일시 확인을 위해 김 전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검찰 출입 기록과 교도관 출정일지 등의 기록을 공개하라고 맞불을 놨다. 

그는 "검찰이 교도관 출정 일지 등을 통해 확인했다지만, 일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지를 통해 김성태 등이 함께 식사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일지를 통해 김성태 등이 함께 진술녹화실에 있었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확인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수원지검은 음주 일시로 2023년 6월30일이 제시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화영은 6월30일 마지막 피고인 신문조서 작성 직후(또는 직전) 음주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7월3일 음주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이 전 부지사가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6월30일 전후'로 음주 시점을 지목하고 있는 만큼 해당 시기를 전후한 기록이 모두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전 기간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이화영의 출정 기록과 쌍방울 직원들의 검찰 출입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며 "또 교도관의 출정일지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찬대 공동위원장과 김승원 법률위원장 등이 4월18일 오전 쌍방울 대북송금 진술조작 의혹 관련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화영, 법정서 "김성태와 소주 먹고 성찬" 일파만파

검찰과 정치권을 강타한 이 전 부지사의 폭로는 지난 4일 수원지법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불거졌다.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 측 피고인 신문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등의 회유로 진술을 조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1313호 검사실 앞에 창고라고 쓰여 있는 방에 (김성태 등과) 모였다. 쌍방울 직원들이 외부에서 음식도 가져다주고, 심지어 술도 한번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사가 어떤 술을 어떻게 마셨느냐고 묻자 "소주를 하얀 종이컵에 따라 나눠 먹었다.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놓고, 굉장한 성찬이었다"며 "쌍방울에서 가져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연어를 포장해 온 식당도 특정했는데, 현재는 다른 음식점으로 바뀐 상태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과 관련해 "명백한 허위"라며 공식 대응을 하지 않다가 4·10 총선 직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감찰까지 요구하자 교도관 전수조사 등 사실관계 파악에 돌입했다. 

수원지검은 전날 "당시 계호 교도관 38명을 전수조사 및 음식 주문 출정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 없어 음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화영의 일방적 허위주장을 진실인 양 계속 주장하는 것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계속될 경우 법적 대응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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