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중국 때린 바이든 속내는 美 표심잡기, 통상 갈등 격화하나

정미하 기자 2024. 4. 18. 11: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7.5% → 25%, 3배 인상 검토 지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주서 발표
러스트벨트 표심 잡기 일환
트럼프는 중국에 60% 이상 관세 공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현행 7.5%에서 25%로 3배 인상하고 중국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출하는 것을 막도록 멕시코에 압력을 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보호주의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관세맨’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주자와 고관세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전미철강노조(USW)를 찾아 약 100명의 노조원들 앞에 서서 “중국 철강 회사들은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경쟁이 아닌 부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현재 7.5%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전혀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특정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것은 미국 근로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적이고 표적화된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전미철강노조(USW)를 찾아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현행 7.5%에서 25%로 3배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 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 발표는 대선 표심을 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대선 경합주 중 한 곳이며, 철강노조 등 미국 노조는 보호주의를 선호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는 물론 미시간, 위스콘신처럼 러스트밸트의 경합주에서 노동자의 표심 잡기를 위해 경쟁 중이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는 과거 미국 철강 산업의 메카였으며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8만여 표, 미시간주에서는 15만여 표차로 트럼프를 이겼다. 바이든 캠프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치적을 홍보하는 동시에 트럼프를 공격하기 위해 철강 노동자가 등장하는 광고를 공개하기도 했다.

철강노조는 최근 재선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관세 인상안을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 뒤에 선 USW 노조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 노동자와 함께 서겠다’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데이비드 맥콜 USW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를 위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해 계속해서 대담한 조치를 취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이 다가오자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와 중국을 놓고 강경 전략 경쟁에 나섰다”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대선이 중국과의 무역 장벽을 세우려는 주요 원인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관세 인상은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전략을 펴고 있는 트럼프와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바이든 “중국과 공정한 경쟁 원한다”

중국 무역 장벽과 관련한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보다 표적이 구체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타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물건 전반에 관세를 부과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관세를 재검토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일부는 인상하고 다른 관세는 낮추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침 기자들로부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무역전쟁은 없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갈등이 아닌 중국과의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며 “우리는 다시 미국과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나 다른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21세기 경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강력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전미철강노조(USW)를 찾아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현행 7.5%에서 25%로 3배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 EPA 연합뉴스

미 행정부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전 세계 산업용 금속 수요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중국의 철강 수출 가격은 미국 철강보다 약 40% 싸다. 다만,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미국 전체 철강 수요의 0.6%에 불과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인상안을 갖고 나온 것은, 중국 내 수요가 약한 상황에서 중국이 저가에 제품을 쏟아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기도 하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중국을 찾아 ‘과잉 생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과 특혜를 주면서, 철강 제조는 물론 청정 에너지 산업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과잉 생산이 발생했고, 전 세계에 저가로 수출하면서 세계 경제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 멕시코도 압박, 중국과 관계 틀어지나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 의지를 피력하면서, 최근 몇 달간 노력했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USTR은 현재 트럼프 정부 당시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에 따라 부과된 대(對)중국 고율 관세를 유지할지 여부 등에 대한 정례 검토를 진행 중이다. 또한 USTR은 무역법 301조에 따른 검토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다른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지난 1월 보도하기도 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과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담고 있다. 이 법은 4년마다 그 효과 등에 대해서 정례적으로 검토하도록 한다.

중국으로부터의 철강 수입은 이미 관세 부담으로 인해 크게 감소한 상태다. 미국 인구조사국과 미국 철강 협회에 따르면 2023년 중국에서 수입된 철강은 59만8000톤으로 2022년보다 8.2% 줄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캐나다에서 690만 톤의 철강을 수입했고, 외국 철강의 가장 큰 두 공급원인 멕시코에서 420만 톤을 수입했다. 무역 단체인 미국철강협회의 케빈 뎀프시 회장은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 중국 철강이 미국 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관세 인상안을 지지했다. 뎀프시 회장은 WSJ에 “중국은 철강과 기타 제품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해당 제품을 미국과 다른 시장에 덤핑함으로써 세계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에 대한 우려는 동맹국, 협력국과의 관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멕시코 국경을 통해 중국산 철강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것을 요구했다. 미국 의원과 기업은 중국이 철강을 멕시코에 판매한 후 관세 없이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 더 강한 관세 주장하는 트럼프, 중국은 반발

트럼프는 더 강한 세율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0% 보편 관세를 공약한 상태로, 중국에 대해선 60% 이상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집권시 대중국 관세율 60% 일괄 적용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마도 그 이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반발했다. 주미국 중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치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의 구체화”라며 “이같은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위배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라고 비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