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의 반도체 협공 맞설 다윗의 지혜[포럼]

2024. 4. 18. 11: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주요국의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대해 인텔과 TSMC에 이어 역대 3번째 규모인 64억 달러(약 8조9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조금 지원, 세제 혜택,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대규모 투자 유치 등 풀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을 정부와 정치권에서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한다면 전 세계 선진 강국들이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반도체 공장 유치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수욱 국가자산관리연구원 원장

주요국의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대해 인텔과 TSMC에 이어 역대 3번째 규모인 64억 달러(약 8조9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도 투자 규모를 당초 170억 달러(약 23조5000억 원)에서 400억 달러(약 55조3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이에 화답했다. 사실 기업으로서 보면 미·중 경제 안보 전쟁 속에서 미국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막대한 보조금과 풍부한 고객 기업들을 가진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그들의 제안이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한 산업의 경쟁력은 국가 발전과 직결된다. 그동안 전 세계에 유례없는 엄청난 속도의 경제발전을 끌어낸 대한민국의 가공할 만한 추진력은 반도체와 자동차 양대 기간산업의 경쟁력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런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주요국의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 본격화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글로벌 판도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와 중국의 범용 반도체로 양분되는 양상이며, 첨단이든 범용이든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면 한국 제조업에 미치는 여파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이나 중국과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을 벌이는 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다윗에 불과한 우리가 두 강대국과의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우리가 가진 시장 경쟁력이 두 강대국보다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골리앗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게 상식이다.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서 과감히 벗어나 국내 반도체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정책 전환과 총력 지원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속도전 산업이다. 그만큼 제품 수명 주기도 짧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첨단 기술 및 시스템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산업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산업이다. 속도만큼이나 타이밍도 중요하다. 국가 간에 무차별적인 보조금 경쟁이 벌어지는 바로 지금, 위기감을 갖고 반도체 산업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책과 규제 개선을 통해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보조금 지원, 세제 혜택,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대규모 투자 유치 등 풀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을 정부와 정치권에서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한다면 전 세계 선진 강국들이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반도체 공장 유치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우리는 분명 골리앗이 아니다. 글로벌 선진 골리앗들도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범국가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그들에 비하면 한없이 미약한 노력만으로 우리 시장을 여전히 매력 있게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자세다. 다윗으로서의 현실과 한계를 솔직히 자각하면서, 선진 강국 골리앗들이 할 수 없고 우리 시장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게 절실하다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 그것이 K-반도체의 위기 극복을 위한 첫걸음이다.

김수욱 국가자산관리연구원 원장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