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김태형 감독의 감이 적중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롯데…톱니바퀴는 언제 짜맞춰지나

김하진 기자 2024. 4. 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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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롯데 감독. 연합뉴스



김태형 롯데 감독이 ‘명장’의 반열에 오른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의 컨디션을 보고 적재적소에 투입을 시킨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런 용병술 덕분이다.

하지만 롯데는 김태형 감독의 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감이 통하더라도 그 이상의 변수가 생긴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가 그랬다.

이날 김 감독은 경기 전 라인업을 한 차례 바꿨다. 처음 작성한 라인업에서는 김민성이 3루수를 맡았다. 그러나 20분 뒤 새로 나온 라인업에서는 김민성이 사라지고 박승욱이 이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이학주가 박승욱 대신 유격수로 투입됐다. 김태형 감독은 올시즌 1할대 타율을 기록 중인 박승욱을 넣은 것에 대해 “박승욱이 상대 전적이 좋더라”고 했다. 박승욱은 LG 선발 임찬규를 상대로 12타수 6안타 타율 0.500을 기록했다. 타순도 가장 타율이 높은 빅터 레이예스를 4번으로 옮긴 뒤 그 앞에 칠만한 타자들을 몰아넣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롯데 박승욱.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가 가장 원한 부분은 선취점이었다. 롯데는 이날 경기 전까지 7연패에 빠져있었는데, 좀처럼 선취점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가뜩이나 타선이 침체되어 있기에 기선을 잡을 득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경기 초반부터 반가운 득점이 나왔다. 2회초부터 박승욱이 임찬규의 5구째 체인지업을 공략해 우중간 담장을 넘긴 것이다. 박승욱은 시즌 첫 홈런을 자신이 강했던 임찬규를 상대로 뽑아냈다.

시작부터 예감이 좋았다. 선발 이인복은 2회말 LG에게 2점을 내줬고 3회에는 문보경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아 2-3 역전을 허용했지만 롯데는 다시 5회 전준우의 솔로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모처럼 팽팽한 경기가 이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6회 예상 밖의 일격을 당했다. 이인복은 선두타자 오스틴 딘에게 8구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주더니 앞서 적시타를 맞았던 문보경에게 9구째 슬라이더를 공략당했다. 맞자마자 홈런이 예상될 정도로 비거리 125m의 큼지막한 홈런이었다.

그러나 9회에 롯데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김태형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서 빼뒀던 김민성을 9회 대타로 투입했다. 김민성은 LG 마무리 유영찬을 상대로 2루타를 치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어 이정훈이 1타점 2루타를 치면서 한 점을 쫓아갔다. 유영찬은 계속 흔들렸고 롯데는 밀어내기 볼넷까지 얻어내며 동점까지 만들었다. 역전까지 노려볼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보근이 초구에 배트를 휘두르면서 우익수 뜬공으로 잡혔고 동점을 만든 것에 위안을 삼아야했다.

9회말 김 감독은 마무리 김원중을 마운드에 올랐다. 김원중의 최근 등판은 일주일 전으로 꽤 오랜 기간 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마무리가 등판할만큼 접전의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이기고 있는 경기가 안 나오고 있다. 너무 텀이 길어지면 한 번 던져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때마침 타이밍이 왔다.

LG 박해민. 연합뉴스



하지만 김원중은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안타를 내준 후 계속 흔들렸다. 박해민은 발 빠른 주자다. 올시즌 벌써 1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주자를 의식한 탓인지, 신민재를 상대하는 동안 6차례 피치클록을 위반했다. 신민재는 번트를 시도하려다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어 홍창기에게 볼넷을 내줘 누상은 주자로 가득찼다. 후속타자 안익훈을 뜬공으로 유도하면서 아웃카운트를 하나 잡는 듯 했다. 타구가 주자가 들어오기에는 너무 비거리가 짧았기 때문이다. 중견수 김민석이 거의 내야 가까이 뛰어들어와서 잡았고 중간에서 유격수 박승욱이 한 차례 잡았다가 홈으로 송구했다. 그러나 3루주자는 롯데가 계속 경계했던 박해민이었다. 박해민은 틈을 타 홈으로 쇄도했고 공보다 먼저 도달했다. 롯데는 또 졌고, 8연패에 빠졌다. 경기 후 박해민은 “1루에서 뛸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1루에 있던 박해민을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날 경기는 해볼법했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아직 선수들이 제 컨디션이 안 나오고 있다”라고 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조금 빠르게 개막을 했다고 하지만 이미 날짜는 4월 중순을 넘어서고 있다. 롯데의 어긋난 톱니바퀴는 언제쯤 맞춰질까.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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