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역전패 그날, 퇴근길 버스 안에서···‘타이거즈 장남’ 최형우가 놀랐다[스경x비하인드]
지난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KIA 선수단의 버스 안은 시끌시끌했다. 4-3으로 앞서다 마무리 정해영이 최정에게 통산 467호 홈런, 그것도 동점 홈런을 맞은 끝에 4-6으로 역전패 한 뒤였다. 일반적으로는 충격이 꽤 컸을 끝내기 패배였다.
그러나 이범호 KIA 감독이 “우리에게도, SSG에게도 좋은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졌지만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였을 것”이라고 한 말은 사실이었다. 9회말 등판한 마무리가 강한 구위로 2연속 삼진을 잡았으니 다 끝난 줄 알았던 경기,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정말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달은 KIA 선수들은 그걸로 털어냈다. 서로 “우리가 너무 김칫국을 마셨다”며 “내일 이기자”고 파이팅을 냈다.
최형우(41·KIA)는 버스 안 한켠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사뭇 놀랐다.
최형우는 17일 SSG전을 마친 뒤 “어제 끝나고 버스 안에서,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애들이 전부 ‘야, 다시 하면 된다’ ‘파이팅’ 하면서 소리지르고 하더라. 분위기가 좋았어도 그 전에는 그렇지는 않았다. 5연승 하다가 한 번 져도 진 날에는 버스를 타면 조용했다. 사실 어느 팀이나 그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어제는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 그렇지 않았다. 우리 지금 분위기가 진짜 다르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최형우마저 새삼스러운 감정을 느낄 정도로 지금 KIA는 특별한 선수단 분위기 속에 시즌을 출발하고 있다. 부상 선수가 꽤 많지만 특별한 위기감을 드러내지 않고 부드럽게 경기를 치러내고 있다. 비시즌에 준비했던 ‘플랜B’들을 일찍 꺼내들어 이리저리 쓰면서 유연하게 풀어간다.
운이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라인업의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친다. 특히 젊은 백업 선수들이 1군에서 기회를 얻고 조금이라도 자신을 보여주고자 애쓰는데 그것이 팀 승리와 연결되고 있다. 선수단에 활력으로 이어진다. 주전과 백업이 나눠져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회는 있다’는 사실을 젊은 선수들이 충분히 체감하며 주전들의 공백을 지우고 있다. 올시즌 최강으로 올라선 불펜 투수들 사이에서는 ‘나도 잘 해야겠다’는 건전한 경쟁의식이 생기면서 팀에 에너지가 되고 있다.
최형우는 “애들이 너무 잘 한다. 그냥 보고 있으면 솔직히 기분이 진짜 좋은데, 그러다 내 차례가 또 오니까, 그럼 이제 진루타라도 쳐야지, 뭐라도 해서 밥값은 해야지 하는 생각을 진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내 최고참인 최형우는 누구도 나이를 언급하지 못할 정도로 꾸준한 활약을 하며 절대적인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올해 KIA는 중심타자 나성범의 부상으로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최형우가 개막3경기에서 2홈런 5타점의 매서운 타격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최형우의 타격이 약간 처져 있었다. 16일 SSG 3연전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전 8경기에서 29타수 5안타(0.172)로 떨어져 있었다. 이 기간 KIA는 서건창, 한준수, 홍종표, 김도영 등의 활약을 앞세워 6연승을 달리며 잘 나갔다.
최형우는 리그 통산 최다 타점 기록 보유자로서 현재도 여러 기록들을 깨 나가고 있는 레전드급 선수다. 항상 “이제는 후배들이 앞에 나가야 할 때”라며 뒤에서 조용히 있으려 하는 최형우마저 ‘밥값 해야겠다는’ 말을 하게 만들 정도로 KIA의 모든 톱니바퀴가 지금 잘 돌아가고 있다.
최형우는 17일 SSG전에서 1회초 무사 2·3루 중전 적시타, 3회초 2사 1·2루 2타점 2루타로 초반 3타점을 몰아쳐 KIA에게로 승기를 가져갔다. 최형우는 이승엽 두산 감독에 이어 역대 2번째로 통산 4000루타 고지를 밟았고 KIA는 이날 11-3으로 완승해 전날 패배의 기운을 지웠다.
타선이 마구 터진 이날 출발점이 최형우였다. 최형우는 “기록 보면 알겠지만 최근 2주 정도 내가 정말 못 했다. 요즘은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며 웃었다.
인천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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