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셰익스피어도 놀랄 메슈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한국 초연

이강은 2024. 4. 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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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버전…관객에겐 지루해
로미오·줄리엣의 파격 사랑 그려”
“저는 (작품을 만들 때) 길들여진 버전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도전 받고 놀랄 만한 경험을 하길 원하는 관객들에게 그건(길들여진 버전은) 지루하기 때문입니다.”

대중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을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으로 비틀어 보여주는 데 탁월한 영국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매튜 본이 소개한 자신의 창작 철학이다.

다음 달 8∼19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최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본은 18일 서면 인터뷰에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세대에 관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본의 음악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동명 희곡과 다르게 문제아로 분류된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궁극의 첫사랑을 그린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제가 앞으로 선보여야 할 작품으로 자주 언급됐지만 오페라, 발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미 많이 다뤄져 오랫동안 미루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놀라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기반으로 ‘뉴 어드벤처스’(본이 설립한 무용단)만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는 “해법은 간단했다”며 “우리는 젊은 무용수들, 젊은 창작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영국에서 16∼19세 무용수를 대상으로 선발 시험(오디션)을 치렀고 20대 여성 안무가 아리엘 스미스와 협업해 에너지 넘치는 안무를 만들었다. 2019년 런던 초연에 대해 일간 가디언은 “젊은 세대가 무대 위에 지진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어린 두 남녀의 궁극적인 첫사랑을 그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재능과 그들의 시각에서 영감을 얻어야 했어요.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듣고 싶었죠. 오늘날 세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과 젊은이들만이 가져올 수 있는 에너지와 통찰력을 원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문제 청소년들을 교정하는 시설인 ‘베로나 인스티튜트’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고,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을 이어 나간다. 극에는 약물 트라우마, 우울증, 학대, 성 정체성 등도 녹아 있다. 대사가 없는 무용극인 만큼 셰익스피어 원작과 다르게 과감하게 이야기를 바꾼 것이다.
메튜 본의 최신작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장면. LG아트센터서울 제공
본은 무대 배경에 대해 “청년들이 감금된 듯 보이는 상상의 장소”라며 “이곳을 소년원, 학교, 감옥, 병원 아니면 모종의 잔혹한 사회 실험이 자행되고 있는 곳으로 볼지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했다. 이어 “때로는 보기 힘든 장면들도 있지만, 그 비극적인 결과를 직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추하고, 유혈이 낭자하고, 원초적인 비극이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원작보다도 더 가슴이 미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순수하면서도 정열적인 사랑은 ‘역사상 가장 긴 키스신’이라고 언급될 만큼 강렬한 파드되(2인무)로 표현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치 한 몸이 된 듯 돌고 구르면서 춤을 춘다.

“이 장면은 캐릭터들이 진정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첫 순간을 보여줍니다. 사랑에 처음 빠졌을 때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 감정과 흥분을 포착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 한국 초연을 앞둔 메튜 본. LG아트센터서울 제공
본은 그전에도 고전작품을 오늘날 시대에 맞게 변주해 잇따라 내놓았다. ‘백조의 호수’에서는 가녀린 여성 백조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를 내세웠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는 현대의 뱀파이어(흡혈귀)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가 고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과 파격적인 연출로 ‘스토리텔링의 장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 역량을 인정받아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상을 9번이나 받았고, 2016년 영국 왕실로부터 현대 무용가 중 최초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무용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한 조언을 구하자 그는 “관객들이 어떤 비밀 언어를 이해해야 하거나 많은 정보를 미리 읽지 않으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언제나 (관객이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따라갈(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줄거리 요약을 넣지 않아요. 관객도 그들의 본능을 믿어야 합니다. 옳고 그름은 없으니 각자 보는 대로 감상하면 됩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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