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낙타·야크가 투표용지 운반…인도 총선 내일 시작

홍석재 기자 2024. 4. 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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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해발 4650m 마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투표소’
세계 1위, 유권자 9억명 이상
인도 벵골의 아시아코끼리. 앨리시아 솔라나-미나 제공

지구촌 최대 규모의 인도 ‘록 사브하’(Lok Sabha·인도 하원) 총선이 19일 시작된다.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약 14억2800만명)으로 올라선 인도의 선거 규모도 세계 최대다. 투표일만 44일, 석달(4∼6월)에 걸쳐 치러지는 등 단일 국가로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규모의 선거전이 펼쳐진다.

우선 이번 선거 유권자만 9억6800명에 이른다. 유권자 3억4천만명인 미국과 브라질(2억1600만명), 러시아(1억4400만명), 일본(1억2300명), 영국(6800만명), 프랑스(6500만명) 등 6개 나라 유권자를 더한 것보다 많다. 남성 유권자 4억9천만명, 여성 유권자 4억7천만명, 이번 총선에 처음 선거에 참여하는 청소년 유권자가 1800만명에 이른다. 유권자가 원체 많아 한꺼번에 투표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도 전역을 7개 구역으로 나눈 뒤, 구역마다 선거일을 달리 지정하고 있다.

인도 전체 면적이 한반도의 14배가 넘는 328만7200㎢에 이르는데, 인도 선거 규정은 모든 가정에서 2㎞ 거리 안에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100만개가 넘는 투표소에 550만대의 전자 투표기를 설치한다. 선거 관리자와 자원봉사자가 낙타, 노새, 야크, 코끼리 등 투표 지역에 따라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외딴 지역까지 투표용지를 운반해야 한다는 뜻이다. 투표소는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부터 라자스탄의 서부 사막, 인도양의 작은 섬까지 설치한다. 선거관리원과 보안요원만 1500만명이 동원된다. 히말라야 산맥 한복판인 해발 4650m 히마찰 프라데시의 한 마을에 설치한 투표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투표소’다. 비비시는 “지난 2019년 총선에서는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시주의 한 독거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틀 동안 5명의 공무원이 버스와 도보로 이동한 일도 있다”며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의 ‘모든 유권자가 중요하다’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고 전했다. 인도에 있는 한 연구기관은 이번 선거비용으로 144억달러(19조9천억원)가 소요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선거 개표는 한달 반 뒤인 6월4일 시작된다.

지난 17일 인도 뭄바이에서 한 행인이 인도 총선 투표를 독려하는 포스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번 선거에는 6개의 전국 정당, 57개 주의 지역 정당을 비롯해 2597개의 군소 정당이 참여한다. 집권 인도인민당을 이끄는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가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에 이어 인도 역사상 두번째 ‘총리 3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2019년 총선에서 모디 총리의 인도인민당이 303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둔 바 있다.

인도인민당과 모디 총리는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의 표심을 집중 공략해왔다. 또한, 인도 경제는 모디 총리가 처음 집권한 2014년부터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7%에 이르는 고성장을 거듭했다. 인도 현지 여론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인도인민당은 단독으로 340석 이상, 친여 성향 정당들과 연합했을 경우 390석 이상의 의석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는 “현재 중간 소득 수준인 인도를 선진국 경제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도인민당이 이끄는 여당 연합(국민민주동맹)의 압승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주로 중도 좌파 정당으로 구성된 야당 연합은 모디 총리의 ‘독선적 면모’를 공격하며, 힌두교 위주의 정책 그리고 소외된 지역사회에 대해 비판하고 젊은이의 일자리 창출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인도 여성운동가인 시에다 하미드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인민당이 또 집권을 하게 되면, 헌법이 개악되고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우리가 가진 명백한 두려움 가운데 하나”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업체들이 주요 야당인 인도국민회의의 예상 의석수를 50석 이하로 꼽았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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