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앓으면서도 늘 베풀던 50대, 마지막 순간 5명에 새 생명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 기증한 정수연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5일 인하대학교병원에서 정수연(52)씨가 가족 동의 하에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나누며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18일 밝혔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희귀질환을 겪으면서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던 50대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5일 인하대학교병원에서 정수연 씨(52)가 가족 동의하에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나누며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고 18일 밝혔다.

정 씨는 지난 2월 29일 집안 거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에 따르면 정 씨는 평소 이식을 받지 못하고 힘들게 투병하는 환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나중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강원도 평창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 씨는 선반 제작 회사에서 기계설계 일을 했고 가정에서는 든든한 아빠이자 가장으로, 교회에서 오랜 기간 주차 봉사를 하며 남을 돕는 일에 솔선수범하는 다정한 이웃이었다.

20년 전 갑작스레 망막질환의 일종인 '보그트 고야나기 하라다병'이라는 희귀질환을 겪게 됐지만 현재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것들을 베풀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정 씨의 아내 김미영 씨는 "아픈데도 20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 애들 아빠로서 살아준 게 너무 자랑스러워.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게 되면 제일 먼저 나를 맞아줬으면 좋겠어. 고맙고 정말 사랑해"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