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마구니” 스님 사장 툭하면 폭언...22년 직장은 악몽이 됐다

김가윤 기자 2024. 4. 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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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양아치야. 마구니(마귀 등을 뜻하는 불교 용어)야. 내가 널 가만히 둘 것 같아? 네가 상상하는 것의 백 배, 천 배의 고통을 받을 거야."

2022년 12월 대한불교조계종이 운영하는 불교신문의 사장으로 삼조스님이, 사설·논설을 담당하는 주필로는 박아무개씨가 임명되면서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달 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채씨에 대한 사장 삼조스님의 폭언과 고성을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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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사건
바뀐 사장·주필, 인맥으로 인사내고 분위기 달라져
직원들에 ‘화장실 경위서’ 쓰게 하고 “내보낼 것”
“사장 스스로 지도자로 여기며 발생하는 괴롭힘”
게티이미지뱅크

“너는 양아치야. 마구니(마귀 등을 뜻하는 불교 용어)야. 내가 널 가만히 둘 것 같아? 네가 상상하는 것의 백 배, 천 배의 고통을 받을 거야.”

채아무개씨에겐 자부심을 갖고 22년을 다닌 회사였다. 지난해 6월8일, 사장인 삼조스님에게 한 시간 동안 7통의 전화를 받으면서 회사는 악몽이 됐다. 양아치, 마구니 등 폭언과 협박이 이어졌다. 회사 간부급 직원이던 그가 1년간 괴롭힘을 당한 건 새로 들어온 사장과 주필에 ‘항명’한 뒤부터라고 했다.

2022년 12월 대한불교조계종이 운영하는 불교신문의 사장으로 삼조스님이, 사설·논설을 담당하는 주필로는 박아무개씨가 임명되면서 회사 분위기가 바뀌었다. 두 사람은 인사평가 하위자를 본인과 친하다는 이유로 대거 승진시켰고 신문사 결재 라인에 이례적으로 주필의 결재란을 넣으라고 요구했다. 업무국장 채씨, 편집국장 박아무개씨를 포함한 5명의 직원은 회사라는 집단의 체계, 규정을 들어 항의했다. “사규를 위반한 조치”라고 반대했다.

회사를 이루는 공식적인 규정은 공허했고 전보, 폭언, 임금 미지급 등 사장과 주필의 괴롭힘은 즉각적이었다. 편집국장 박씨는 지난해 4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돌연 교체됐다. 박씨는 본인이 하던 업무와 관련 없는 광고부서로 이동했다. 게다가 발령지역은 ‘부산광역시 일원’. 박씨는 30년 동안 가족과 함께 서울에 살았다.

취재기자인 이아무개씨에겐 “사무실 밖을 돌아다니게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렸다. 자리를 비우면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분 단위로 보고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오면 ‘화장실을 다녀온 경위’까지 적어서 냈다. 심지어 “(이씨를) 내보내면 월급을 주겠다”며 2개월간 다른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이씨는 정신의학과를 찾았다.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 다른 직원들도 하나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직원 이탈에도 사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삼조스님은 신입 직원들을 불러 모아 “회사 마구니들을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업무국장 채씨가 반복해서 들었던 그 단어, 마구니는 회사 전체로 퍼져나갔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사장이 자신을 사용자가 아니라 회사의 가부장 또는 종교 지도자로 여기며 나타난 괴롭힘”으로 풀이했다. 이런 인식은 노동자의 교섭 대상,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할 환경을 조성할 의무, 사규에 근거한 권한 행사 등 법이 규정한 사용자의 자리와 책임을 손쉽게 잊게 만든다. 가족 기업, 종교 계열 회사에서 특히 자주 나타나는 직장 내 괴롭힘 형태다. 직장갑질119가 제시한 제보 사례를 보면 ‘사회복지시설 이사장이 함께 운영하는 교회에 십일조를 내라는 압박’ ‘가족 운영 회사에서 이사장 어머니 팔순 잔치 동원’ 등 직원에 대한 사장들의 기이한 행태가 적잖다. 회사를 직원이 모여 이윤 또는 가치를 창출하는 곳이라기보다 사장 개인이 원하는 바를 구현하는 곳으로 여긴 결과다.

이달 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채씨에 대한 사장 삼조스님의 폭언과 고성을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다른 직원들이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된 조사와 심의도 이어지고 있다. 삼조스님과 박 주필은 지난 2월 나란히 사직했다.사용자가 무너트린 회사 분위기는 쉽사리 복구되지 않았다. 취재기자 이씨는 “사장이 바뀌면 정상화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버텼는데, 한번 망가진 조직이 돌아오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씁쓸히 말했다. ‘회사는 사장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싸워왔던 이씨와 직원에겐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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