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공포지수 오르는데 반도체 실적도 실망…추가 하락 이어지나

권성희 기자 2024. 4. 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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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개월간 S&P500지수 추이/그래픽=조수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이 예상치에 미달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국 증시가 17일(현지시간) 기술주 위주로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는 0.1%, S&P500지수는 0.6% 하락했지만 나스닥지수는 1.2% 급락했다. ASML의 반도체 장비 주문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반도체 수요가 고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며 기술주가 추락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가운데 AI(인공지능) 호황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던 ASML의 실적 부진은 엔비디아 등 다른 AI 수혜주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증시가 4월 들어 확연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오랫동안 소강 상태를 보였던 공포지수가 지난해 10월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오른 점도 주목된다.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1.0% 하락한 18.21을 나타냈다. 하지만 전날엔 장 중 한 때 19.56까지 오르며 지난해 10월3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장기 평균인 19.60에 근접했다.

최근 6개월간 VIX 추이/그래픽=윤선정


미국 국채와 G7 통화와 연계된 변동성 지수도 이달 들어 급등했다. 국채의 내재 변동성을 측정하는 ICE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MOVE 지수는 지난 3월27일까지만 해도 2년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후 40% 이상 급등하며 지난 15일에는 121.15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월3일 이후 최고치다.

이같은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올들어 3개월 연속으로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6월에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다른 국가들이 미국보다 금리를 더 빨리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4월 들어 국채수익률은 치솟고 달러 가치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강세로 주요 통화간 변동성을 헤지하는 비용을 보여주는 JP모간 G7 변동성 지수는 최근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 성장세였으나 이날 ASML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올 1분기 어닝시즌은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평온했던 미국 금융시장이 미국 금리 인하가 연기될 것이란 전망에 국채수익률이 급등하고 이스라엘과 이란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변동성이 커지자 이를 헤지하려는 옵션 수요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VIX와 연계된 VIX 옵션은 지난 12일 거래량이 최근 6년만에 가장 많았다. 투자자들의 수요는 증시의 급격한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VIX 연계 콜옵션에 집중됐다.

VIX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도 증시에 부정적이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거시경제 전략가인 조셉 칼리쉬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주식 관점에서 볼 때 위험자산 친화적인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트 자산관리의 설립자인 마이클 크레이머는 마켓워치에 하이일드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가 최근 반등했다며 VIX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일드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는 안전자산인 국채와 하이일드 채권간의 수익률 격차를 말한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하이일드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 3월에 2021년 말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후 이달들어 소폭 상승했다.

크레이머는 최근 하이일드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 반등은 장기적인 흐름의 시작일 수 있으며 신용 스프레드가 계속 오르면 VIX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는 곧 증시가 하락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VIX와 증시는 반대로 움직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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