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8번째 원전 공개…전투기·원전 충돌 영상 보니

김지성 기자 2024. 4. 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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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우리나라의 28번째 원전인 신한울 2호기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습니다. 신한울 2호기는 최근 준공돼 지난 5일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본격 가동에 들어간 지 엿새 만에 원전 내부를 포함한 시설을 공개한 것입니다.

신한울 1호기(왼쪽)와 2호기

신한울 2호기는 경북 울진군 해안에 신한울 1호기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원전은 통상 2기를 한 쌍으로 건설합니다. 공용 설비와 송전망 활용, 부지 매입,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할 때 1기를 별도로 짓는 것보다 2기를 쌍으로 짓는 게 더 경제적이고 효율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2기를 건설할 때 10조~11조 원이 투입되는 반면, 1기만 따로 지으면 7조~8조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격납건물 외벽 두께 122cm…"전투기 충돌해도 안전"

원전은 최고 등급인 '가'급 국가보안시설이다 보니 신한울 2호기 부지 안으로 들어가는 절차가 까다로웠습니다. 사전 출입 신청과 촬영 장비 등록은 필수였고, 휴대전화와 저장 매체 반입은 엄격히 통제됐습니다. 일부 시설의 경우 입장과 촬영이 금지됐습니다.

신한울 2호기의 격납건물은 높이가 76m로 아파트 27층 높이였으며, 외벽 두께는 122cm였습니다. 주증기배관 등 추가 보강이 필요한 곳의 두께는 197cm에 달했습니다. 한수원 측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고, 전투기가 격납건물에 충돌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게 설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1988년 미국 국립연구소가 원전 외벽과 같은 조건의 콘크리트 벽에 전투기를 충돌시키는 실험을 했습니다. 당시 무게 27톤의 팬텀기가 시속 800km의 속도로 날아가 두께 1.2m의 벽에 충돌했는데, 팬텀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지만, 콘크리트 외벽은 5cm 정도 손상되는 데 그쳤습니다.
▲ 1988년 미국 샌디아나 국립연구소 전투기 충돌 실험영상 

설계수명 60년…서울 전력 소요량의 21% 생산 예상

신한울 2호기는 1호기와 마찬가지로 1,400MW(메가와트)급 신형 경수로 APR1400 노형입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것으로, 기존 노형 대비 발전용량이 40% 증가됐고 설계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늘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과 같은 노형입니다.
신한울 2호기 터빈룸

원자력 발전은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로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가 발전기에 연결된 회전 날개(터빈)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리입니다. 터빈룸에는 고압터빈과 저압터빈, 발전기가 연결된 70m 길이의 설비가 있는데, 길이 132cm의 회전 날개가 분당 1,800바퀴를 회전하며 엄청난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회전하면서 열기도 발생해 영하 날씨에도 터빈룸은 30도 정도를 유지한다고 한수원은 소개했습니다. 신한울 2호기는 연간 10,056GWh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국내 전체 발전량의 1.7%, 서울 연간 전력 소요량의 21%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상반기 중 전력계획 발표…신규 원전 건설 포함될 듯

우리나라에선 현재 원전 28기 가운데 노후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제외한 26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 원전의 발전량은 화력, 수력 등을 포함한 국내 총 발전량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월에 열린 14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원전이 곧 민생"이라며 "정부는 원전 산업 정상화를 넘어 올해를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 지원을 펼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월 SBS 나이트라인에 출연해 "최근 AI, 반도체, 2차 전지 등 전기 수요가 막대하게 늘고 있다"면서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원전이기 때문에 원전의 활용성을 키워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중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될 예정인데, 이 계획에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경우 2015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발표되는 셈입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

신한울 1·2호기 옆 130만㎡ 넓이의 부지에서는 터 닦기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위한 작업입니다. 신한울 3·4호기는 '탈원전 폐기',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으로 꼽힙니다. 2002년부터 추진돼 발전사업 허가까지 났지만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백지화됐다가 현 정부 들어 부활했습니다. 지난해 6월 정부의 실시계획 승인까지는 났고, 지금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허가를 남겨둔 상태로, 건설 허가만 나면 바로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야권, 원전 확대에 반대…원전 추가 건설 난항 예상

변수는 야권의 반발입니다. 야권은 원전 추가 건설보다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 건설이 포함되면 철회를 요청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할 경우 국회 동의 또는 사회적 공론화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민주당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안 처리도 원전 확대 여부와 연계한다는 방침입니다. 원전을 확대하면 고준위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에는 원전 작업복, 실험 도구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모아 처리하는 방폐장은 경주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사용 후 핵연료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전문적으로 보관하는 시설은 없습니다. 때문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각 원전 내 임시 저장 시설에 보관돼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30년부터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임시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정부와 원전 업계가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 정부의 원전 추가 건설 구상은 난항을 겪을 수 있습니다.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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