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눈물나는… 엄마, 하늘나라에선 아프지 마세요[그립습니다]

2024. 4. 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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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불러보고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리고 미안하고 눈물이 나오는 이름입니다.

점심으로 낙지비빔밥을 먹는 중에 엄마에 대한 미안한 생각에 목이 메고 눈물이 납니다.

배 과수원에 가던 그날 엄마의 고통이 떠오를 때면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늘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미안해서 흘린 눈물이 마음 곳곳에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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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나의 어머니 박현님 (1936∼2019)
지난 2018년 엄마(왼쪽)와 내가 비움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엄마… 불러보고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리고 미안하고 눈물이 나오는 이름입니다. 봄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옵니다. 봄나물인 냉이, 달래 내음만으로도 생각나는 친정엄마. 점심으로 낙지비빔밥을 먹는 중에 엄마에 대한 미안한 생각에 목이 메고 눈물이 납니다.

생전에 엄마께서는 낙지로 요리하는 연포탕, 낙지볶음, 낙지숙회를 좋아하셨는데 특히 봄나물 넣어서 비벼 드시는 낙지비빔밥을 좋아하셨어요. 곁에 영원히 계실 것처럼 다음에 사드려야지 하며 미룬 행동들이 돌아가시고 나니 미안함과 후회로 남습니다.

모든 엄마는 맛있는 음식을 두고는 ‘나 속이 안 좋아야’ ‘나 그거 안 먹어야’ 하시며 자식들의 입에 한 개라도 더 먹여주십니다. 그게 엄마의 사랑이라는 걸 시간이 흐른 뒤에 알았어요. 하늘나라로 가신 후 생각해보니 남은 반찬이 아까워서 엄마께서는 생전에 정체 모를 비빔밥을 자주 드셨어요. 딸들은 짠 비빔밥을, 식은 비빔밥을 드신다고 엄마께 불평과 잔소리만 쏟아냈습니다.

엄마 장례식이 끝나고 냉장고 안을 정리하는 중에 불어터진 밥알과 말라버린 나물들이 비빔밥그릇에 색이 변한 채 여러 개 나왔습니다. 칠남매를 기르시고 평생을 자식들에게, 남편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신 엄마의 바스락거리는 몸과 마음처럼 느껴졌습니다.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한없이 흐르고 흘렀습니다.

가족의 안락을 위하여 자신에게는 조금이라도 편안을 내어주지 않으셨던 일상으로 평생 사신 엄마셨습니다. 철없는 딸은 엄마의 희생·배려·고생·결핍은 당연하고 그런 줄,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기억과 추억은 부재의 도화지 위에서 더욱더 뚜렷한 수채화 그림을 그립니다. 생전에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늘 미안한 그림입니다.

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자식들의 끼니 걱정과 삶의 무게를 엄마께서 다 짊어지셨어요. 딸 다섯, 아들 둘, 칠 남매를 낳으시고도 제대로 몸조리 한번 못하시고 우리 먹을 것을 항상 걱정하셨습니다. 엄마는 동생을 낳고 며칠이 안 되는 그날도 아침부터 바쁘셨어요. 큰 대야와 수건을 챙기시고는 나를 데리고 나가셨어요. 포장 안 된 먼지 나는 길을 끝도 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내리쬐는 강한 가을 햇빛은 엄마와 나를 지치고 힘들게 했어요. 과일을 우리에게 먹이려고 친척 집 배 과수원에 떨어진 배를 주우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날 걷다가 엄마 젖몸살이 시작된 거 같았어요.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보니 젖몸살의 아픔은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이란 걸 알았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길가에 앉아서 퉁퉁 불은 엄마 젖을 내게 빨아보라는 말에 놀라서 싫다고 도망갔었어요. 그때 내가 중학생이니 비릿한 냄새로 코를 막고 민망한 마음으로 싫다고 했었어요. 그날 엎드린 엄마 허리에는 구겨진 파스도 붙어 있었습니다. 배 과수원에 가던 그날 엄마의 고통이 떠오를 때면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늘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딸들도 엄마 나이를 따라갑니다. 엄마의 속 깊은 마음을 알아가니 지난 시간이 후회로 가득합니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고개를 파묻은 채 한참 눈물을 쏟았습니다. 딸은 엄마 생전에 왜 그리 무심했을까요.

엄마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날은 따가운 가을 햇살이 비치고 새빨간 사루비아꽃도 함께 울던 날이었어요. 엄마에게 미안해서 흘린 눈물이 마음 곳곳에 스며듭니다. 미안합니다. 또 미안합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딸 임미랑(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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