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의 저주’ 깨고 탄생한 15번째 교향곡… 사색적이고 포근한 선율[이 남자의 클래식]

2024. 4. 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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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사에는 '9번 교향곡을 작곡하면 죽는다'는 징크스가 있다.

"9번 교향곡을 넘어서려 하면 목숨을 잃는다. 10번 교향곡을 갖기엔 우리가 무언가 부족한 모양이다"라는 쇤베르크(1874∼1951)의 말처럼 혹시 '9번 교향곡의 저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징크스를 피해간 작곡가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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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5번’
전통적인 고전적 음악어법 사용
두달만에 만든 ‘45분 길이 대작’
금관·타악기의 절묘한 조화

클래식 음악사에는 ‘9번 교향곡을 작곡하면 죽는다’는 징크스가 있다. 물론 아홉 개보다 많은 수의 교향곡을 작곡한 작곡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흔히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전주의 시대의 작곡가 하이든(1732∼1809)은 무려 107개라는 엄청난 수의 교향곡을 작곡했고, 하이든보다 24년 늦게 태어난 모차르트(1756∼1791) 또한 41개의 적지 않은 교향곡을 남겼다. 이른바 ‘9번 교향곡의 저주’는 악성 베토벤(1770∼1827)의 제 9번 교향곡 ‘합창’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베토벤은 무려 그 자필악보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2001년)된, 인류의 위대한 유산과도 같은 ‘교향곡 제 9번’을 남기고 3년 뒤 세상을 떠났다. 그 뒤를 이어 슈베르트(1797∼1828)는 9번 교향곡 ‘그레이트’를 완성한 해에 31세의 나이로 요절했고, 브루크너(1824∼1896)는 9번 교향곡을 3악장까지 완성하고 4악장을 작곡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로 유명한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드보르자크(1841∼1904) 역시 9번 교향곡을 남기고 3년 뒤 세상을 떠났다.

“9번 교향곡을 넘어서려 하면 목숨을 잃는다. 10번 교향곡을 갖기엔 우리가 무언가 부족한 모양이다”라는 쇤베르크(1874∼1951)의 말처럼 혹시 ‘9번 교향곡의 저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징크스를 피해간 작곡가는 없을까. 물론 있다. 그 주인공은 1906년에 태어나 1975년까지 살았던, 무려 15개의 교향곡을 남긴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다.

구소련 출신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정권 권력에 시달려야만 했던 대표적인 예술가로 오랫동안 ‘어용(御用) 음악가’란 오명으로 손가락질받아왔다. 일개의 음악가로서 그는 권력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고, 순응과 항거 사이에서 목숨을 건 줄타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예술가들처럼 자유를 찾아 망명을 떠나지 않고 ‘인민의 베토벤’이길 자처해 러시아인들의 곁에서 묵묵히 암흑의 길을 걸어나간, 강한 외압을 견뎌내며 러시아와 인류애를 위해 투쟁했던 작곡가로 평가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제 15번’은 전작인 ‘교향곡 제 14번’이 발표된 지 2년 후인 1971년 작곡됐다. 그의 나이 65세에 작곡한 약 45분 길이의 대작은 평소 신중하게 작곡하던 그의 스타일과는 달리 겨우 2달 만에 일필휘지로 작곡돼 그 이듬해인 1972년 그의 아들인 막심 쇼스타코비치(1938∼)의 지휘 아래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의 연주로 초연됐다.

“확대된 타악기 파트를 포함하는 오케스트라의 표준에 가까운 네 악장의 교향곡”이라는 그의 설명처럼 쇼스타코비치는 그의 마지막 교향곡에서 조성을 파괴한 현대음악 풍의 무조음악 대신 전통적인 고전적 음악어법을 사용했다. 또한 작품의 분위기에서도 다른 대가들의 말년 작품들에서 흔히 보이는 경건함과 엄숙함 대신 사색적이고 포근하며 상냥함이 단연 돋보인다.

이 작품에 대한 작곡 의도는 작곡자 자신만이 알 터이지만 그의 마지막 교향곡에서 강렬하게 전해지는 고전의 절대음악적 분위기는 교향곡의 본질은 표제를 위시한 서사가 아닌 음들의 조합이 이루어내는 순수한 사운드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를 상상케 한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 15번

총 4악장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1악장에서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 금관의 선율이 매우 경쾌하다.

이어 2악장은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뉘앙스가 더해진 장송행진곡 풍의 연주가 이어지며, 위트가 가득한 3악장에 이어 바그너의 음악들을 인용한 선율들이 화려한 금관, 타악기와 어우러지며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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