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교육혁신커녕 화장실도 못고쳐… 등록금 동결 더는 안된다”

인지현 기자 2024. 4. 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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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훈 사립대총장협의회 신임 회장
소비자물가 132.8% 올랐지만
등록금은 16년째 동결돼 위기
국내 고등교육 85% 담당 불구
정부 특별회계지원 몫 8%수준
규제 철폐·재정지원 확대 절실
지난 3월 취임한 변창훈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이 16일 서울 중구 인근에서 이뤄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사립대 재정 및 운영 자율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교육부로부터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아 최첨단 장비나 교육시스템 개선에 집행하려고 했는데, 학생들에게 개선이 시급한 곳을 물으니 엉뚱하게도 화장실을 고쳐 달라는 얘기가 돌아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이 ‘교육의 변화’에 골몰해야 하는데, 재정난으로 대학의 기본적인 시설 보수조차 어려워 아직도 살림살이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전국 4년제 사립대 151개교 협의체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의 신임 회장인 변창훈(59) 대구한의대 총장은 지난달 취임과 함께 “사립대 안정적 재정 확보와 운영 자율화”를 가장 먼저 내걸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가 재정 한계 상황에 부딪혔다는 점에서 정부에 등록금 규제를 철폐하고 재정 지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에서 대학 간 역할을 나눠 별도의 지원·성장 트랙을 둬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 변 회장은 오는 2026년 2월 28일까지 사총협을 이끌게 된다.

―등록금 동결은 오랜 난제다.

16년째 등록금 동결 결정을 받아든 사립대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정부가 2024학년도 등록금 동결을 유지했지만 26개 사립대가 법정 한도 내에서 인상을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9년부터 15년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32.8% 인상돼 실질등록금은 30%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공무원 급여는 144.1%로 올랐다. 국공립대 교직원 급여는 오르고 사립대 교직원 임금은 동결돼 사립대 교수들이 대거 외부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을 통해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강제하고 있는데 두 사안을 연계하지 말아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정부와 어떤 식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인가. 야당은 국공립대는 무상 등록금, 4년제 사립대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까지 주장했다.

교육부와 사총협 간 대학 재정 문제를 다루기 위한 위원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얼마 못 가 중단되곤 했다. 등록금 문제를 두고 2020년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운영했다가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현재 개별 학교 민원을 상·하반기에 공문으로 수합해 교육부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총회를 통해 보고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교육부와 분기별 간담회를 개최하고 핫라인을 구축해 상시적인 현안 협의 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민주당의 공약은 (당 관계자와) 만나서 교섭해봐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 중인데, 사립대의 사정을 만나서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게 맞지 않겠나.

―사립대의 재정적 타격이 국공립대에 비해 더 큰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로부터 경상비를 지원받는 국공립대는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에 비해 재정적으로나 인적자원 확보 등의 측면에서 유리하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전체 대학의 85%가 사립대학일 정도로 사학 의존도가 높은데 정부의 재정 지원은 열악하다. 2024년 정부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예산은 15조5339억 원인데 이 중 국립대학 육성지원 예산이 약 5조 원, 국가장학금 예산이 약 5조 원이어서 3분의 2는 사립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예산이 아니다. 대학 일반재정지원사업에 속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1유형 예산, 지방대 활성화 사업 예산을 합쳐도 7∼8%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부의 사업비 위주 재정 지원은 대학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경상운영비로 사용할 수가 없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3년간 일시 편성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도 내년에 종료된다.

3년간 한시적으로 편성된 회계의 일몰 조항을 폐지하거나,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사립대학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2023년 정부 고등교육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71% 수준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GDP 대비 1%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가의 요구사항이다.

―사립대 측에선 정부의 대학 지원 정책이 국공립대 위주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규제를 개혁해왔지만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대응하는 대학의 기능·역할의 재정립, 대학 소재지 및 설립 유형 간 격차 해소 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국공립대 발전이 필요하지만 지원 대상을 선발할 때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는 사립대와 경쟁시켜야 하는지 묻고 싶다. 정부에서 국공립대와 사립대 역할을 구분하고 별도의 선발·지원 트랙을 둬야 한다는 생각이다. 발전 방향도 국공립대는 기초학문 중심으로 글로벌 무대 진출을 지향하고 사립대는 특수 산업 중심, 로컬에 뿌리내리는 것을 지향하는 것으로 분담해야 한다. 결국 대학들이 서로 협력해 가야 하는 부분인데 큰 틀에서 교통정리를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한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지방 사립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복안이 있나.

지방 사립대에서 어렵게 산업 인력·전문 인력을 배출해도 ‘수도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사총협 내에서도 대학컨설팅 본부를 설치해 학령인구 감소 속 대학 재정 확보 방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해외 유학생 유치와 디지털 시대 재교육이 필요한 성인 학습자 수용의 두 가지 측면에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개별 대학이 각 국가와 대학을 방문해 유학생을 모집 중인데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한다. 사총협 차원에서 대학들의 창구를 단일화해 가면 교육부에서 해당 국가 교육부와의 협의 채널 구축 등을 도와줘야 한다. 성인 학습자의 평생교육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 수립과 예산 지원도 필요하다.

△영남대 학사·석사·박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대학평가인증위원회 위원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위원장 △대구한의대 총장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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