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초비상이라는데… 나한테 피해 올까요? [경제 한 컷]
당장 해외여행 계획이 없고, 해외 주식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분들 입장에선 1400원이라는 고환율의 위력을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고환율의 영향력은 물가 상승 등을 통해 일상에 스며들 수밖에 없습니다. 고환율의 원인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에너지 수입 비용 늘면 전기·가스요금 등 인상 압력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하락(환율 상승)에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등으로 중동지역 불안이 심화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진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란 전망 등도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면담을 가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최근 원화와 엔화 통화 가치가 급락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우선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국제유가도 최근 중동 사태 여파에 출렁이는 상황에서 고환율은 겹악재일 수밖에 없죠.
◆‘수입물가 상승→물가 불안 확대→금리 인하 시점 지연’ 연쇄효과 가능성도
수입업체 입장에선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를 주고 원자재 등을 수입할 때 원화로 환산한 비용이 더 들어가는 문제가 생깁니다. 같은 양을 수입하더라도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셈이죠.
식품업계를 예로 들어볼까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맥(밀가루 원료)과 원당(설탕 원료) 등의 수입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원재료 수입가격이 상승하면 당연히 제품 원가 책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죠. 통상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재고를 품목에 따라 1∼2개월 치에서 3∼4개월 치 보유하고는 있지만, 고환율이 이보다 길게 지속되면 비용 압력이 커지게 됩니다.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식품기업들이 환율 상승 영향에 더 민감합니다.
그렇다고 고환율이 모두에게 악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수출기업들엔 긍정적 변수로 꼽히기도 하죠.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는 수출기업들의 경우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더 많은 금액을 받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주로는 자동차업종이 꼽힙니다.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죠. 조선사들도 계약금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관행상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고환율이 수출 중소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내기도 했으나, 중국과 일본 등 수출 경쟁국들의 통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수출기업들의 원자재 수입 비용도 함께 늘어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수출 대기업 중에선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이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 변동성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 갖춰”
당국에서는 최근 환율이 변동성을 보이고는 있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조윤제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상승과 관련해 “경상수지 흑자도 조금씩 좋아지고, 외화보유액이나 전반적인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면서도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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