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무신사, 패션전문지 인수설의 진실은

정혜인 2024. 4. 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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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관계사 GBGH가 인수 주도
인수주체들,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와 인연
무신사 "인수와 전혀 상관 없어"

최근 무신사가 지난해 패션 전문지를 인수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파다하게 돌았습니다. 무신사가 인수했다는 전문지와 관련된 사항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언급됐었는데요. 그럼에도 무신사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이번 인수와는 완전히 무관하고, 무신사가 투자한 기업인 GBGH(지비지에이치)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GBGH와 '합리적' 의심

무신사 인수설에 휩싸인 패션 전문지는 '패션비즈'입니다. 1987년 창간한 패션 전문 매거진으로 업계를 대표하는 전문지로 손꼽힙니다. 패션업계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곳으로 잘 알려져 있죠. 패션비즈를 발간하는 회사 섬유저널의 최대주주와 그 친인척들이 지난해 보유 지분(약 70%)을 무신사 관계자들에게 매각했다는 것이 '무신사 언론사 인수설'의 골자입니다. 매각가가 8억~9억원 선이라는 이야기도 나돕니다.

패션비즈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GBGH는 2022년 무신사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회사입니다. 감사보고서상 무신사의 관계사로 분류됩니다. GBGH의 창립자는 김훈도 대표입니다. 김 대표는 2000년 일본 스포츠 패션 기업 데상트의 한국법인인 데상트코리아 법인 설립부터 참여, 2010년 대표이사에 올랐습니다. 약 12년간 데상트코리아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끈 전략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퇴임 직후 개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회사가 바로 GBGH입니다. GBGH는 지난해 아머스포츠와의 합작으로 살로몬, 윌슨 등을 전개하는 아머스포츠코리아도 설립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GBGH와 무신사와의 연결고리입니다. 무신사는 2022년 GBGH 설립 당시 25억원을 출자해 지분 50%를 확보했습니다. GBGH가 본격적인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 전부터 무신사의 PB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의 생산을 맡겼습니다. GBGH는 지난해부터 자체 브랜드 '칼렉' 등을 전개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 매출의 많은 부분을 무신사스탠다드 생산을 통해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40억원, 순손실은 23억원이었습니다.

2023년 2월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창립총회에서 김훈도 GBGH 대표(왼쪽에서 다섯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무신사

무신사는 GBGH에 추가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신사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GBGH에 대한 무신사의 지분율은 47.5%로 소폭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총 출자액은 75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또 지난해 3억원을 대여해주기도 했습니다.

GBGH 외에도 '팬코' 역시 이번 인수설의 주체로 거론됩니다. 팬코는 1985년 설립된 패션 수출업체로, 역시 무신사와 인연이 있습니다. 팬코는 2020년 무신사투자조합(파트너스)에 15억원의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이 투자액의 현재 장부가는 8억원, 지분율은 16.1%입니다. 팬코는 이외에도 지난해 무신사가 조성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도 2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GBGH와 팬코는 모두 지난해 무신사가 주도한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설립에도 참여했습니다. 이 협회는 중소·신진 패션 브랜드들이 디자인 카피·도용 등의 문제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6명의 설립 발기인에는 조만호 무신사 총괄대표(당시 의장)와 함께 김훈도 GBGH 대표, 오경석 팬코 대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들 세 대표의 친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렇듯 무신사가 투자해 지분 절반을 보유한 관계사, 무신사의 VC에 투자한 회사가 패션 전문지를 인수했으니 업계에서 '무신사가 언론사를 샀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무신사 매거진' 편집장을 지냈던 김보영 씨가 지난해 10월 18일자로 패션비즈 발간사인 섬유저널의 사내이사에 취임했습니다. 그가 곧 대표이사를 맡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무신사는 "이미 퇴사한 지 오래된 분이라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습니다.

패션과 매거진

패션 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경우는 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하지만 자체 매거진을 운영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무신사도 본격적인 커머스 사업에 앞서 매거진을 발행한 곳입니다. 무신사 창업자인 조만호 총괄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인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이어 길거리 패션과 트렌드를 소개하는 무신사 매거진도 발행했습니다. 여기에 커머스 기능을 더한 것이 지금의 무신사의 시작입니다.

무신사가 인수한 '29CM'도 자체 콘텐츠인 '29CM 매거진'을 통해 성장한 회사입니다. CM의 C는 '커머스', M은 '미디어'의 앞글자를 따왔다고 하죠. 별도의 미디어팀을 통해 감성적인 콘텐츠로 상품을 선보이면서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GBGH가 전개하는 '칼렉' / 사진=칼렉 홈페이지 캡처.

신세계의 패션플랫폼 W컨셉도 지난 2월부터 온라인 패션 매거진 ‘W ISSUE(W이슈)’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W컨셉이 선정한 단일 브랜드에 대해 성장 스토리부터 대표 컬렉션까지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을 콘셉트로 합니다.

이런 매거진들은 대체로 상품과 브랜드에 대해 고객에게 소개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합니다. 이건 일반적인 패션 매거진과 어느 정도 역할이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반면 언론사를 직접 인수하는 것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특히 패션 전문지의 경우 독자가 일반적인 소비자가 아닌 업계 관계자들입니다. 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무신사는 이번 패션비즈 인수설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습니다. 무신사의 주장대로라면 아마 조만호 총괄대표의 개인적인 친분에 기반한 인수건일 겁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무신사와 패션비즈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조 총괄대표를 매개로한 연결고리가 확실한만큼 향후 시너지를 내기 위한 행보를 가져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습니다.

무신사가 극구 부인한만큼, 포커스는 향후 김훈도 대표와 GBGH가 패션비즈를 통해 어떤 식으로 사업을 펼쳐갈지에 맞추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무신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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