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쓸모가 없다… 사라지고 싶다…"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우울과 절망' [스프]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 유행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청년층의 우울과 자살 문제는 특히 도드라졌습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청년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집중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돈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겨 먹으며 몇 년을 지내다가, 자살 시도로 한 달 넘게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자해와 자살 시도가 빈번해지면서 A 씨는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약의 부작용이 있다 보니까, '약을 끊고 싶다' '병원을 그만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해요. 지금은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생각하고, 당뇨처럼 생각하고 계속 약을 병행하고 하지만 사실 불편하거든요. 약을 안 먹으면 활동이 안 되니까요."
치료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주위의 지지를 받고 있는 A 씨조차도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부담스러운 치료비 때문입니다.
"입원하면 당장 나가고 싶어요, 돈 때문에. 너무 비싸요. 집중 치료를 하는 게 입원병동만한 데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엄두가 안 나요. 병동에서 만난 친구는 저처럼 경계성 장애여서 입·퇴원이 잦았는데, 자해를 하면 흥분도가 굉장히 높은 상태에서 응급실로 실려가거든요. 그 상황이 잦은 사람은 응급입원비가 부담이 돼요."
밤에 찾아오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더 위태롭습니다. A 씨는 그때마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의료진을 찾아가 치료를 받는 게 효과적이란 사실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팬데믹에 급증한 청년 자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8년 9만 9,796명에서 2022년 19만 4,322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응급실 이용자의 0.56%는 자해·자살 시도자(4만 3,268건)였습니다. 이 중 46%가 10~20대로, 이들 세대의 자해·자살 시도는 최근 수년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청년층의 정신건강은 사회적 상황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극명히 드러났습니다. 팬데믹은 진정됐지만, 그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A 씨가 다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도 청년층 환자가 많습니다. 대부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불면 등을 겪고 있습니다.
"젊은 분들은 아무래도 취업 준비하면서 많이 와요. 취업을 해도 문제인 게, 사회초년생이다 보니까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이런 생각도 많이 하고요. SNS가 발달해 있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받아서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에는 선택지가 너무 많고, 상황이 불확실하다 보니까 과거보다 더 사람을 힘들게 만들 수 있는 거죠.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는 게, 회사에서 '여기 괜찮으니까 가봐라'라고 해서 같은 회사분들이 정신과에 같이 다니는 경우도 있어요."
(허규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최근 '20~34세 청년층의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기존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해 조기에 개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건강검진을 할 때 2년에 한 번씩 우울증·조현병·조울증 등에 대한 검사 문항을 추가해,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심층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청년층을 우선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조울증·조현병 등 발병 시기가 20~30대이고, 조기 발견 시 적절한 치료를 거쳐 회복할 수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현정 기자 a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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