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팽개치고 대학도 때려치웠는데…수험생·학부모 “의대증원 때문에 피 마른다”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4. 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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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뒤 의대 증원 불확실성 커져
대학은 내달 시행계획 확정해야
전공의 등 의사들 여전히 대화거부
[사진 = 연합뉴스]
17일 오전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모인 한 네이버 카페에 아이의 의대 진학을 준비하던 한 학부모는 “한숨만 난다. 모든 게 불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다른 학부모는 “이러다 수능 보고 나서 결정되는 건 아닌지 싶다”고 댓글을 달았다. 같은 카페 수험생들도 “당장 시험 치르는 현역들은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 문제가 총선 이후에도 미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는 물론, 입시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들이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들은 지난 달 20일 발표된 증원 규모를 각자 반영해서 이달 말까지 수시·정시모집 비율 및 전형방법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결정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한 뒤, 심의를 거쳐 다음달까지 시행계획 변경 사항 및 수시 모집 요강을 공고해야 한다. 이처럼 할 일은 많은데 여당의 총선 대패 이후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면서 대학들도 고민만 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제출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의대 증원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평년보다 한 달 일찍 개강한 강남의 대형학원 ‘N수생 의대반’ 수험생들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학원 관계자는 “총선 이후 2000명 증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이 고민중”이라면서 “일단 공부에 뛰어들었으니 수능 준비를 하면서도 매일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험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의대 증원은 100% 된다”라는 입장과 “1년 유예될 것으로 보이니 N수생들은 잘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혼재돼 오가고 있다. 한 수험생은 “선거는 이미 끝나고 (의대 증원이) 그나마 지지가 있는 정책이다보니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다”고 희망섞인 전망을 했다.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은 여전히 요원하다. 정부에 이어 야당도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생산적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의사단체들이 증원 백지화만을 요구하며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협의체에서 증원 규모 등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8차 성명서를 내고 “목전에 닥친 의료붕괴 상황에서 정부에 신속한 대화를 촉구한다”면서도 “의료계의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며 정책 철회가 대화의 선결조건임을 한번 더 명시했다. 19개 의대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의료계와 관련이 없는 국민들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와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의대 증원을 일단 중단한 상태에서 상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공백의 핵심 주체인 전공의들도 증원을 전제로 한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전공의들은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은 데다 증원 정책이 필수·지역의료 살리기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열린 세계의사회(WMA) 산하 젊은 의사 네트워크(JDN) 주최 행사에서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지불제도 개편 조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상황을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는 “의료개혁을 공론화하는 건 찬성하지만 전공의를 포함한 협의체 구성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앞서 역대 정부들이 좌우 가릴 것 없이 의료계를 끊임없이 공격해왔고 그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합의를 여러차례 깨뜨렸기 때문에 대화 제안을 믿고 나설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의교협은 전국 대학 총장들에게 의대 증원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배포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대폭 증원된 학생들을 교육하려면 대규모의 병원 증축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는 의료비의 막대한 증가와 함께 교수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우게 된다”며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생각하고 무리한 의대 증원을 거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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