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베이징] "오전 9시 제왕절개요"… 4룡시까지 찾는 中 못 말리는 용사랑

우경희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2024. 4.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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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년 전부터 숭배한 흔적이 남아있는 중국인들의 용사랑은 특별하다. 용의 해에 용의 달, 용의 날, 용의 시에 태어난 이른바 4룡(四龍) 아이를 낳겠다는 중국 부모들의 극성에 올해 첫 용의 시였던 지난 4월10일 출산 소식이 이어졌다.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상상 속 동물인 용의 해를 맞아 현지에선 용 마케팅이 한창이다. 심지어 용의 해, 용의 달, 용의 날, 용의 시가 겹친 시점에 출산하려는 중국인들이 산부인과로 몰리기까지 한다.

유별난 중국인들의 기복(복을 비는) 문화 속에서 아이가 재물복을 안고 태어나길 바라는 기대감 때문이지만 출산 시간까지 맞추는 건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도 나온다. 용의 해에 들뜬 나머지 상술에 놀아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중국인들의 유별난 용사랑은 연중 계속될 분위기다.



못 말리는 중국인들의 용사랑


용은 동양문화권에서 모두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지지만 중국인들의 용사랑은 유별나다. 무려 6000년 전부터 용을 숭배한 흔적이 남아있다. 전설로 여겨지다가 최근 관련 유적들이 속속 발굴되고 있는 상나라와 주나라의 용 관련 유물도 숱하다.

중국인들의 용 숭배는 중국의 근간인 한족의 토템에서 비롯됐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다. 용과 봉황이 각각 음과 양의 상징이다. 뱀을 토템으로 삼았던 황하 유역의 한 씨족이 다른 씨족을 물리치면서 그들의 토템을 계속해서 흡수, 지금의 용의 모습이 만들어졌다는 게 가장 재미있는 가설이다.

이 결과로 중국인들의 상상 속 용은 뱀의 몸을 기초로 낙타의 머리, 사슴의 뿔, 도깨비의 눈, 소의 귀, 양의 수염, 독수리의 발톱, 물고기의 비늘을 갖고 있으며 입에는 여의주를 물었다. 어지간히 많은 씨족을 흡수한 모양이다.

용은 생김새부터 심상찮고 그 능력은 더 대단하다. 농경 문명에서 가장 중요한 절대적 권력인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을 가진 게 바로 용이다. 고대 황제들이 스스로 용의 후손을 칭하고 용을 자유자재로 부리며 타고 다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건 그만큼 당시에 '치수'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는 의미다.

용의 이미지를 통해 주민통제력을 확보했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용은 황제의 상징이었다. 황제의 옷은 용포, 황제의 얼굴은 용안, 황제의 몸은 용체, 황제가 앉는 의자는 용좌이며 황제의 눈물은 용루라고 불렀다.

범접할 수 없는 황제의 상징이지만 그러면서도 친근하다. 중국인들이 주로 쓰는 사자성어 중에는 용이 포함된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 속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 1위가 호랑이, 2위가 개인 것과 비견된다.

한 부모 밑에 태어나도 모습과 성격이 모두 다르다는 뜻의 용생구자(龍生九子), 용이 꼬리를 흔드는 듯 자신감에 찬 모습을 의미하는 신룡파미(神龍擺尾), 용과 봉황처럼 신비롭고 상서롭다는 의미의 용봉정상(龍鳳呈祥)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내에는 용의 이름을 붙인 지명, 건축물도 숱하다.

중국인들의 상상 속 용은 물을 좋아하고 날아다니기를 즐기며 그 성격은 변덕이 심하다. 중국인들은 그런 용이 과거엔 비를 내려줬다면 지금은 재물복을 준다고 믿는다. 중국인들이 최고로 치는 복이 바로 재물복이다. 12간지로 용의 해인 2024년을 맞는 중국인들이 설레는 이유다. 중국에서 용 마케팅이 먹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올해 4룡시는 세 번 돌아온다. 이미 지난 4월10일에 이어 4월22일과 5월4일 각각 오전 7시~9시(중국 현지시각) 사이다.



"용의 시에 낳겠어요"… 드래곤 베이비 올해도 현실로?


지난해 연말 교민사회에선 때아닌 중국 백주(바이주) 사재기 열풍이 일었는데 주류 회사들이 저마다 용띠 해 한정 특별 바이주를 내놓으면서 가격이 적어도 20~30%씩 비싸졌기 때문이다. 똑같은 술인데 2023년의 상징인 토끼가 새겨진 술보다 용이 새겨진 술의 가격이 훨씬 비싸져서다. 명품 브랜드들도 중국인들을 타깃으로 하는 용 테마 핸드백과 지갑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용의 해에 용의 달, 용의 날, 용의 시에 태어난 이른바 4룡(四龍) 아이를 낳겠다는 부모들이 내세우는 이유도 아이에게 재물복을 포함한 복을 물려주고 싶어서다. 올해 이런 4룡시는 딱 세번 돌아온다. 4월10일과 4월22일, 그리고 5월4일 각각 오전 7시~9시(중국 현지시각) 사이다. 실제로 첫 번째 용의 시였던 지난 10일엔 4룡 아기의 출산 소식이 잇따랐다.

중국 톈진(천진) 중앙산부인과에선 이날 두 시간에 걸쳐 남자아이 4명, 여자아이 3명 등 7명의 '4룡' 아기가 태어났다. 이날 아들을 얻은 유메이씨는 현지 언론에 "아이가 4룡시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방금 알게 됐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그래픽 = 김은옥 기자
일부러 출산 시간을 맞춘 경우도 있다. 4룡시에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손녀를 얻은 양 모 씨는 중국 현지 언론 취안저우넷(Quanzhou Net)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내 아들이 용띠인데 용띠 손녀까지 얻게 됐다"고 말했다. 역시 같은 시간에 딸을 얻은 시에 모 씨는 "가족들과 회의 끝에 4룡의 시에 제왕절개를 결정했고 당시 만삭이어서 의사와 협의 끝에 이때 출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대표 온라인 플랫폼 바이두에는 4룡시를 맞아 가족의 행운과 건강을 비는 콘텐츠들이 연이어 게시됐고 이 중 제왕절개로 출산 시점을 맞추는 것에 대한 우려의 여론도 상당하다.

취안저우 제1병원 산부인과 리리춘 과장은 "제왕절개 시점에 대해 산모와 가족들은 의학적 판단을 존중하며 의사의 조언에 따라야 한다"며 "이것이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책임지는 유일한 길이며 가장 안전한 시점이 가장 상서로운 시점이란 점을 명심해달라"고 말했다.

중국에선 올해 출산율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이른바 '드래곤 베이비' 효과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직전 용띠해인 지난 2012년 중국의 신생아 수는 1635만명이었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였다. 용띠해 이후 중국 신생아 수도 지속해서 늘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급감, 2023년엔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밑돌았다. 인구 감소에 대한 고민 속에 또다시 용띠해를 맞은 올해 중국은 '드래곤 베이비'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우경희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우경희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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