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최악 의료대란’ 현실화하나…끝없는 ‘폭탄 돌리기’

강윤서 기자 2024. 4. 1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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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사직·의대생 집단 유급 초읽기…의협 “마지노선 4월 말”
“원점 재검토, 설득력 떨어져” 현실성 놓고 내부서도 이견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의과대학 정원 증원안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4월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오는 5월 최악의 의료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의대 교수 사직과 의대생 집단 유급이 코 앞에 닥치면서 '의료공백'이 한국 의료의 고질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와 의사 모두 '일보 후퇴' 의지가 없는 가운데 타협의 마지노선이 임박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내려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정부를 향해 의대 증원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사항'과 군 복무기간 단축, 복지부 차관 경질 등 복귀 조건을 내걸었다. 4·10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나자 정부는 전공의들의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며 의료개혁 추진 의지만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악의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이달 말까지라고 경고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교수 사직과 의대생 집단 유급 등 5월 불가역적 악몽이 현실화되기 전에 정부가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1차 시한은 이미 코앞으로 다가온 4월 말"이라며 "약 1개월 전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들의 사직 효력이 곧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25일은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민법에 따르면, 고용 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 후부터 사직 효력이 생긴다. 

다만,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교수 규모는 미지수다. 사직서를 쓴 교수 중 해당 규정을 적용 받지 않는 '약정이 있는 근로계약'을 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교수 비대위가 사직서를 실제로 제출하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속 A 교수는 "이미 병원에서 한두 명씩 사직서를 내고 나갔다"면서도 "불안해하는 환자의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사직서를 접어둔 채 병원을 지키는 의사도 많다"며 복잡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불통의 태도를 유지할 경우 실제 (사직 처리) 행동에 나서는 의사는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2차 시한은 증원 배분이 끝난 각 의대의 '2025학년도 대학입시 모집 요강'이 나오기 전까지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는 2025년도 대입 모집 요강이 확정되기 전까지 반드시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야 한다"며 "모집 요강은 대국민 약속이기에 그 이후에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불신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마지노선'도 가까워졌다. 더 이상 개강을 미룰 수 없는 의대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학생들의 수업 거부가 이어지면서다. 대부분 의대의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1 또는 4분의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준다.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길어지는 가운데 4월1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보호자가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계획 철회해야 논의" vs "정부 적대시는 곤란"

전공의가 병원을 이탈한 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의·정 갈등에서 양측 입장은 처음과 달라진 점이 없다.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을 두고 각계의 목소리를 경청한다면서도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전공의와 의사단체는 증원 규모를 포함해 의료개혁 정책에 대한 '원점 재검토' 요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도 원점 재검토의 현실성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전날(17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계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없었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A 교수도 "원점 재검토는 '0'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해 증원 규모 등을 다시 논의하자는 의미"라며 "이러한 논의는 올해 증원 계획을 철회해야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증원 백지화는 정부는 물론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의대 B 교수는 "원점 재검토 주장은 (국민에게)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과학적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증원 규모를 제시할 사람은 없지만 관련 단체에서 나온 기존 의견을 제시할 필요성은 있다"며 "증원 규모는 결단의 사항"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체는 구성 과정도 오래 걸리며 (합의된) 결론이 나와도 언제 실행될 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정부를 향한 의료계의 인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B 교수는 "현 정부의 2000명 증원 정책은 폭력적"이라면서도 "의료개혁의 실제적 내용을 협력과 소통을 토대로 구성하기 위해서라도 이 정부를 적으로 모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견인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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