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상속받는 집이 두채"…'대상속의 시대' 중국에서 생길 일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 4. 18. 06: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0~90년대 개혁개방 1세대 상속 본격화…경기하강 변수 속 새 소비트렌드 탄생할지 주목
중국 하이난 휴양지 싼야지역 한 고급 쇼핑몰 명품 매장에 중국인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바이두

개혁개방과 함께 큰 부를 일군 1세대 중국 고소득층이 대대적인 상속에 나서면서 중국이 6년 내 세계 최대 개인 명품 소비시장이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의 '영앤리치'(Young & Rich) 들이 다양한 소비트렌드를 만들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심해지는 중국 경제 양극화는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오른다.

17일 중국 현지 경재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글로벌컨설팅기업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종샤오양 중국 전략담당 파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30년간 중국의 92조위안(약 1경8000조원)의 부가 고액자산가 2세대에게 상속될 것"이라며 "이들의 명품 선호에 힘입어 중국인의 개인 명품시장 점유율은 급격하게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PwC는 글로벌 명품 시장이 2025년 4640억달러, 2030년 606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중국 소비자들의 시장 점유율은 2030년 전체의 25%로, 23%의 미국을 제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인들의 명품소비가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또 다른 이유는 온라인 채널 침투율이다. PwC는 중국인들의 명품 국내외 구매 경로 중 온라인 비중이 지난 2022년 18%에서 지난해 1분기 30%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틱톡이나 위챗 등 중국의 대표적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모두 명품 판매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왜 지금일까. 중국 경제는 개혁개방을 통해 1980년대 후반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때 태어난 이른바 바링허우(80后·80년 이후 출생자)들이 40대가 돼 상속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개혁개방 초창기 거대한 부를 일군 중국인들로부터 대대적인 상속을 받는 첫 번째 세대가 탄생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국은 상속세가 없다. 상속을 받을 때 부모의 미납세금 정도만 납부하면 된다. 부동산을 상속받는 경우엔 상속세와 성격이 유사한 상속수수료가 있는데 집값의 0.5%에 불과하다. 1세대의 부를 고스란히 상속받는 2세대는 어려서부터 몸에 익은 소비수준도 함께 물려받는다. 아직 월급이 우리 돈 100만원도 되지 않는 일자리가 허다한 중국에서 한편으론 슈퍼카들이 도로를 메우는 배경이다.

특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베이징이나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 고소득층의 부는 상상 이상이다. 최근 집값이 장기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과거 싼 값에 장만한 도심지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한국 등 선진국보다 더 높다. 세계 각국의 주재원들이 밀려들면서 여기서 나오는 월세만으로도 부동산 부자들이 속속 탄생했다.

여기에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도 신부유층 탄생을 부채질했다. 두 집안이 각각 아들 딸을 결혼시키면 양 쪽에 집이 한 채만 돼도 부부는 두 채의 집을 물려받게 된다. 여기서 태어난 한 명의 '소황제'가 그 집을 그대로 들고 다시 결혼한다고 가정하면, 그 부부에게 상속되는 집은 산술적으로 네 채다. 중국 대도시엔 그런 젊은 부자들이 수두룩하다.

PwC는 명품 시장에 집중하고 있지만 개혁개방 2세대 중국인들의 부는 이 외에도 많은 소비 트렌드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중국 경기 하강에도 불구하고 명품시장이 중장기적으로 팽창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카 브랜드들이 연이어 중국을 찾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변수는 역시 경기하강이다. 대부분 신흥 부유층의 자산 기반이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최근 중국 경기부진과 부동산 가격 하락은 중국 경제 기저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실제 3월 신규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2.2% 줄어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1~3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9.5%나 감소했다. 고소득층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재중 경제관료는 "중국은 이제 한때 가장 큰 문제였던 양극화를 걱정할 여유도 없어졌다"며 "부동산 시장이 연말까지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안정을 찾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소비가 늘어나야만 경제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