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떠보기용?…박영선·양정철 기용설에 정치권 ‘발칵’

곽은산 2024. 4. 1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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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박영선·양정철 기용설 즉각 부인
대통령실 “보도 내용 황당” 진화
與 “정체성 부정… 후폭풍 우려도”
민주선 “야당 파괴공작” 날 세워
인준 부담에 文정부 출신들 거론
정무특임장관에 김종민 보도도
김 “처음 듣는 이야기” 즉각 부인
권영세 “검토 수준으로 알고 있어”
안철수·조배숙 등은 협치 긍정평가
장제원 “비서실장직 제안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에 각각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17일 대통령실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과 당사자들이 일제히 부인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실제 검토 대상에 올랐고, 여론 떠보기용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여권 내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총선 참패에 따른 쇄신 인선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윤 대통령의 인사 고민도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박영선, 양정철(왼쪽부터).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이날 일부 언론에서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이 각각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으로 검토된다는 보도에 대해 “박 전 장관, 양 전 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 방송사는 정무특임장관 자리를 신설해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를 임명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초 새 총리와 비서실장 하마평에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국민의힘 장제원·정진석 의원 등 여권 인사가 오르내렸는데, 돌려막기·측근 인사라는 야당의 비판 목소리가 커진 뒤 전임 문재인정부 출신 인사들이 후보로 거론된 것이다.

박 전 장관의 경우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 있었던 하버드대 강연 현장에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미국에 있던 박 전 장관이 자신의 조기 귀국을 알리는 글을 16일 페이스북에 올려 인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 2021년부터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한 박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하버드 리포트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많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곧 한국에서 뵙겠다”고 적었다. 양 전 원장도 윤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소통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일제히 부인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국무총리나 장관직을 여야 협치 차원에서 검토해 볼 수는 있어도 비서실장은 내부 살림을 도맡아 하는 자리라 (양 전 원장 같은 카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내부에서는 오늘 보도에 대해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들이 거론된 배경을 전혀 알지 못한다. 대통령실에서 공지된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부정확한 보도가 반복되면서 대통령실 내에서는 부글거리는 분위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 전 원장 기용설만 해도 이런 보도가 나왔다가 일축하는 과정에서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과 협치에 나서야 하는 위기상황이 맞지만 이전 정부 핵심 인사를 고위직에 앉히는 게 정부 국정 철학과 맞지 않고 오히려 여권 반발을 키운다는 것이다. 당장 대통령실 공식 채널에서 알지 못하는 하마평이 내부 관계자발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점에서도 대통령실 내 메시지 혼선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여권에서도 소동이 일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제가 알기에 정해진 것은 없고 검토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제한 없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야당 인사들을 기용해서 과연 얻어지는 게 무엇이며, 또 잃는 것은 무엇인지를 잘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검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친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선 참패로 인해 당은 위기에 봉착했다.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며 “메시지 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낸 것이다. 상당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자는 “현실화한다면 지지층 사이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4선에 성공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IMF(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보수 진영에 있던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셔왔지 않나. 그러면서 여야가 서로 상생하고 화합하는 그런 협력관계로 IMF를 극복했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국민의미래 조배숙 당선자도 “상당히 진전된 변화라고 생각이 든다”며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그만큼 야당과 협치를 염두에 둔 그런 검토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당 밖에서는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이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을 써서, 외형상으로는 야권을 썼기 때문에 협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래서 사태를 수습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엄청난 착각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MB(이명박) 아바타 소리 듣더니 이제는 문재인 아바타다. 끔찍한 혼종”이라며 “왜 취임 초기부터 보수 계열 인사들을 당내에서 그렇게 탄압해 오고 내쫓았는지 알겠다”고 비꼬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언급된 당사자들은 기용설을 부인했다. 민주당에서는 “야당 파괴공작”이라는 날 선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용산이 막 던지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양 전 원장은 자신이 차기 비서실장으로 거론된다는 언론 보도에 “정치에서 손을 뗐다. 뭘 더 할 생각이 없다”고 지인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도 세계일보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비서실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경우 본인이 비서실장직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이날 “제안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실 주변에 일부 아이디어 차원에서, 국회 비준 여부를 보다 보니 야권 성향 인사를 찾다 거론이 된 것 같다. 현실화될지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이 총선 패배 책임을 희석시키려 정치적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원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자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야당 파괴 공작을 하고 있다”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곽은산·이현미·김현우·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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