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덕분에 서학개미 함박웃음…해외펀드 수익률은 '극과 극'

김사무엘 기자 2024. 4. 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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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해외주식형 펀드 연초 이후 수익률/그래픽=조수아

올 들어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해외주식형 펀드 수익률에도 희비가 갈린다. 환노출형 펀드는 환율 상승에 따라 추가 수익을 올린 반면 환헤지(hedge)형 펀드는 환차익 없이 헤지비용이 더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17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펀드 유형 중 올해(1월2일~4월16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건 해외 ETF(상장지수펀드)다. 이 기간 수익률은 10.41%다. 두번째 높은 수익률은 6.74%를 기록한 해외주식형 펀드(ETF 제외)다. 해외혼합형도 올해 4.86% 수익을 냈다.

국내주식형(3.87%)과 국내 ETF(1.16%), 국내혼합(1.9%) 등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에 비해 해외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해외주식형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미국 증시가 올해 강세를 보인 영향이 크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헤지 여부에 따른 수익률을 살펴보면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환노출형 펀드 82개(대표펀드 기준)의 올해 수익률 평균은 13.4%인 반면 환헤지형 펀드 177개 수익률은 평균 5.99%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환노출형은 환율 변동이 펀드 수익률에 반영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펀드 수익률도 그만큼 상승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86.8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67% 상승했다. 환노출형과 환헤지형의 올해 수익률 차이(7.41%포인트)와 유사하다. 환율 상승기에는 유리하지만 환율이 하락할 경우 환차손을 입을 위험이 있다.

환헤지형은 환율이 고정되기 때문에 주로 펀드가 투자한 자산에 의해 수익률이 결정된다. 환노출형과는 반대로 환율 하락기에 유리하고 환율 상승기에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

같은 유형의 펀드라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갈린다.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ETF인 'KODEX 미국S&P500TR'은 환노출형 상품으로 올해 14.55%의 수익을 올렸다. 배당을 재투자하는 TR(토탈리턴) 펀드라는 점에서 기초지수 대비로도 초과 성과를 냈다. 반면 똑같이 S&P500을 추종하는 환헤지 ETF인 'KODEX 미국S&P500(H)'의 올해 수익률은 4.78%에 그쳤다.

배당형 펀드도 마찬가지다. 환노출형인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자]UH(주식)'과 환헤지형인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자]H(주식)'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9.51%, 1.32%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해외주식형 펀드는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가 나는 만큼 향후 환율의 방향성이 관건이다. 증권가에선 현재 환율이 오버슈팅(과도한 상승) 국면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추가적인 환율 상승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환율 1400~1410원은 강한 저항 구간으로 한동안은 동 레벨대(1300원 후반)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에 따라 1400~1440원까지도 상승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역대 환율 변동폭을 볼 때 1400원 이상 오른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환율을 고점으로 판단하고 환헤지 전략을 추구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환헤지 전략은 헤지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대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는 환헤지 비용이 더 증가한다. 통상 국내 기관들은 현물 달러를 매수하면서 선물환을 매도하는 방법으로 헤지를 한다. 선도환율과 현물환율 간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이 스왑레이트다. 스왑레이트는 국내 금리와 미국 금리 간 차이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국내 금리가 더 높으면 환헤지로 수익을 얻지만 미국 금리가 더 높으면 환헤지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3.5%, 미국 기준금리는 5.5%로 차이는 2%포인트다. 현 상황에서는 선도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낮아 환헤지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에는 한미금리가 역전되고 역전폭이 확대되면서 환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은 관성적으로 환헤지를 추구하기보다는 외환을 하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로 인식하고 환헤지 비용과 각 투자자의 상황을 고려한 체계적인 환헤지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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