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5대 정원 가꾸기에 몰두하는 이유…"다 계획이 있구나"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2024. 4.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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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튤립·장미·음악·힐링 등 테마로 나눈 정원
산리오와 협업한 '튤립축제' MZ세대 큰 호응
드론으로 바라본 하늘정원길(에버랜드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최근 중국으로 떠난 '푸바오'를 비롯해 판다 가족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가려졌지만, 에버랜드는 남다른 정원 사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버랜드엔 5대 정원이 있다. 1976년 개장 초기부터 이어 온 포시즌스가든, 장미원 등의 역사적인 정원부터 뮤직가든(2016년), 하늘정원길(2019년), 포레스트캠프(2019년) 등 저마다의 테마와 이야기를 가진 5대 정원 가꾸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 이후 숲과 정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식물이 주는 힐링 효과를 주목했다.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78%인 3229만 명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숲길을 체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진행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는 7개월간 980여만 명이 방문했다.

여기에 더해 에버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드러내기엔 정원이 가장 들어맞았다.

에버랜드의 첫 시작은 나무 심기였다. 용인자연농원 개장 무렵 놀이시설의 면적은 66만1157㎡(20만평)에 불과했다. 1971년 고삼성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용인 포곡면 전대리 일대에 1487만 6033㎡(450만평) 야산을 사들였다. 그중 600만㎡는 조림단지로 가꿨고 530만㎡에는 각종 유실수를 심었다.

배택영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장은 "우리가 가진 정원 인프라들이 연계된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이 자연 속에서 힐링할 기회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 News1 윤슬빈 기자

◇ 에버랜드 정원, 다 계획이 있구나 에버랜드엔 조경과 정원엔 다 철저한 계획이 있다. '꽃바람 이박사'로 불리는 이준규 식물콘텐츠그룹장이 꽃축제, 식물 교육, 수목 관리, 장미 육종 등 식물에 관한 모든 것을 총괄한다.

이 그룹장은 진짜 식물 박사로 에버랜드에서 '알아주는 인재'이다. 2002년 에버랜드에 입사해 조경 디자이너로 10년간 근무하며 조경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2010년 첫 테마파크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정원 문화 분야 공부에 갈증을 느껴 2011년 돌연 사직서를 내고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에식스대학교 위틀스쿨오브디자인에서 정원디자인 석사와 조경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16년 에버랜드 식물콘텐츠 그룹장으로 재입사했다.

하늘 정원길에 마련한 이준규 그룹장의 도슨트 해설 QR 코드ⓒ News1 윤슬빈 기자

이준규 그룹장의 손을 거치게 되면서 에버랜드 내 정원은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람과 호흡하는 소통 공간으로 바꿔나갔다.

이 그룹장은 "소통이 되는 공간을 꾸준히 만들어 갔고 정원은 살아 있는 식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성장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며 "10년간 이용객도 함께 성장하면서 이제는 웬만하면 꽃을 일부러 밟지 않으려는 수준까지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 5대 정원 중 하늘정원길에서 별도 설치한 QR코드에 접속하면 이 그룹장이 진행하는 도슨트 투어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음성 도슨트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에버랜드의 숨은 식물 이야기는 이준규 그룹장이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꽃바람 이박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하늘정원길에서 바라본 에버랜드 풍경ⓒ News1 윤슬빈 기자

◇ 에버랜드 최고의 뷰 포인트

시끌벅적한 테마파크를 조금만 벗어나면 봄꽃으로 뒤덮인 숲으로 떠날 수 있다. 콜럼버스대탐험(바이킹) 방향으로 가면 바닥에 매화 그림이 나오는데 이를 따라가면 '하늘정원길' 입구가 나온다.

약 3만㎡ 규모로 에버랜드 내 최대 크기인 하늘정원길은 지난 2019년 오픈한 수도권 최초의 매화 테마정원이다. 매화를 보기 위해 남부 지방까지 떠나지 않아도 된다.

약 1㎞로 이어지는 관람로를 따라 만첩홍매, 율곡매, 용유매 등 13품종 700여 그루의 매화나무와 다양한 수목, 초화류를 감상할 수 있고, 해발 210m 높이 전망대는 수려한 자연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에버랜드 최고의 전망'로 꼽힌다.

매화가 진 자리엔 다채로운 봄꽃들이 하늘정원길을 채우고 있다ⓒ News1 윤슬빈 기자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연인들의 모습ⓒ News1 윤슬빈 기자

이른 봄에 피는 매화가 지는 4월 중순엔 튤립, 수선화, 벚꽃, 영산홍, 꽃잔디 군락이 정원을 채운다. 발 빠른 MZ세대들에겐 '인증샷' 명소로도 정평이 나 있다. 방문객들이 북적이지 않아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자연 속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계단이 없이 언덕으로 이뤄져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와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보름여간 약 1만 명이 이번 단독 상품을 이용해 하늘정원길을 경험했으며 매화가 절정인 3월 말 방문객 중 약 90%가 만족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채꽃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 MZ세대 관람객들ⓒ News1 윤슬빈 기자

◇ 산리오 회사도 놀란 '포시즌스 가든' 에버랜드의 대표 정원은 매 계절 축제 콘셉트에 변하는 '포시즌스가든'이다. 봄엔 튤립·수선화, 여름엔 바나나·열대식물, 가을엔 메리골드·코스모스, 겨울엔 상록수·억새류로 약 1만㎡ 규모의 정원을 채운다.

특히 올해 봄 튤립축제는 그야말로 외부 컬래버레이션으로 '대박'났다. 에버랜드에 따르면 나이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산리오 캐릭터즈와 협업하면서 방문객이 전년 대비 약 20% 늘었다.

지난해 12월 에버랜드가 산리오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이번 협업이 성사됐다. 산리오는 전 세계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왔지만, 야외 공간에서 진행한 것은 이번이 최초 시도로 엄청나게 큰 호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자이언트 쿠로미 조형물 ⓒ News1 윤슬빈 기자
시나모롤 테마 포토존에서 아이가 행복한 미소를 띄며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 News1 윤슬빈 기자

100여 종 약 120만 송이의 봄꽃과 함께 각 구역마다 산리오캐릭터 중 인기가 많은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쿠로미, 시나모롤, 폼폼푸린, 포차코, 리틀트윈스타 등을 테마로 포토존을 설치해 뒀다.

인기 캐릭터 조형물 앞에는 이제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이부터 중장년 어르신들까지 대기줄을 서가며 사진을 찍는다. 산리오 전용 기념품숍에선 이번 에버랜드 튤립축제 협업 한정으로 나온 굿즈도 판매하고 있다.

포시즌스가든에서 매일 저녁 멀티미디어 불꽃쇼는 꽃구경과 함께 관람하기 좋은 에버랜드의 피날레 공연이다.

대한민국 꽃축제가 시작된 '장미원'(에버랜드 제공)

◇ 장미, 음악, 힐링과 치유의 정원

에버랜드의 큰 자랑 중 하나가 '장미'다. 1985년 국내 최초의 꽃 축제로 시작한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그동안 국내 주요 기업 및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며 70여 개 꽃 축제의 효시가 됐다.

에버랜드 장미원은 지난 2022년 호주에서 열린 '세계장미컨벤션'에서 세계 최고의 장미 정원에 수여되는 '어워드 오브 가든 엑설런스'를 국내 최초로 수상하며 K-장미원의 위상을 높였다.

자체 개발한 장미 품종인 '퍼퓸 에버스케이프'는 2022년 일본 기후현에서 열린 '국제 장미대회'에서 금상을 비롯한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다음 달 17일부터 에버랜드 장미원엔 720품종 약 300만 송이 장미가 만발하는 장미 축제가 열린다. 약 2만㎡ 규모의 장미원은 사랑이라는 테마 아래 △빅토리아가든 △비너스가든 △미로가든 △큐피드가든 등 4개 테마가든으로 구성해 있다.

힐링과 치유의 프라이빗 명품 숲 '포레스트캠프'(에버랜드 제공)
식물과 음악이 결합된 테마정원인 '뮤직가든'(에버랜드 제공)

다른 정원에 비해 덜 알려져 비밀스러운 '포레스트캠프'와 '뮤직가든'도 있다.

'포레스트캠프'는 에버랜드가 지난 반세기 동안 향수산 일대에 가꿔 온 '더 숲 신원리'의 트레킹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약 9만㎡ 규모의 자연 생태 체험장이다.

대자연 속 34만여 나무와 초화류가 식재돼 있으며 중앙을 둘러싼 약 1000㎡ 규모의 연못에서는 다양한 수생식물과 곤충이 있다.

포레스트캠프 내엔 1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다목적 잔디광장과 야외 공연장이 마련돼 있고 트레킹, 명상, 요가, 음악회, 바비큐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기업 대상으로 행사, 발표회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에버랜드 중앙 지역에 자리한 '뮤직가든'은 음악이 식물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소닉 블룸'(Sonic Bloom) 효과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정원이다.

지름 60m의 둥근 원 모양 부지에 약 100종 8000여 주의 교목, 관목, 초화들을 나선형으로 심어 놓았다. 세계적인 클래식 명곡과 에버랜드가 특별 제작한 뮤직가든 테마송 등이 흐르는 370m의 산책로를 사색하며 수목들과 교감하고 힐링한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친필로 제작된 높이 5.5m의 '용인 자연농원' 기념비를 뮤직가든에서 볼 수 있다.

5대 정원 이외에 호암미술관의 한국 전통정원인 '희원'도 함께 가볼 만하다. 희원은 한국 전통정원의 멋을 보여주는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정원이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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