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벌레가 갉아먹은 '관서명승도첩' 완벽 복원

작자 미상 19세 실경 산수화…7월 상설 전시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77호 '관서명승도첩'을 약 1년 6개월간 보존 처리를 거쳐 완벽하게 복원했다고 18일 밝혔다.

'관서명승도첩'은 작자 미상의 19세기 실경 산수화다. 평안도명승을 중심으로 주변 경관을 담은 총 16면의 화첩이다.

비단에 청록 채색으로 그려진 그림에는 평안도 영변, 평양, 강동, 성천, 삼등,은산, 안주, 강계, 의주를 대표하는 명소가 담겼다.

총 9개 고을, 14개 명승을 지역에 따라 한 폭 또는 여러 폭으로 나눠 그렸다.

이 작품은 2003년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77호로 지정됐다.

다만 '관서명승도첩' 은 입수 당시 앞·뒤를 관통하는 1밀리미터(㎜)~2㎜의 작은 구멍 수백 개가 뚫려 있는 등 벌레 때문에 손상이 심했다.

해당 벌레는 문화재 가해 해충인 딱정벌레목(目) 빗살 수염 벌레과로 밝혀졌다. 국내 서식이 보고된 적이 없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적 해충'(서적을 갉아 먹으면서 구멍을 뚫는 해충)이다.

유물이 서울역사박물관에 입수되기 전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국내에 다시 반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유물에 남은 벌레의 존재를 통해 이동 경로를 추정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이번 유물 보존 처리는 박물관 전문 인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 방사선 연구소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국내 과학기술로 전자선 열화 비단을 제작해 유물 보존처리에 쓴 최초 사례다.

전자선 열화비단은 전자선을 쬐어 비단의 강도를 인공적으로 약화한 비단이다.

이 작품은 올해 7월 서울역사박물관 상설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벌레로 손상된 귀중한 유물을 국내 기술로 연구하고 도입하여 복원했다"며 "보존과학 분야의 새장을 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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