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에 5번째 팀에서..‘왕년 특급 유망주’ 로페즈, 드디어 에이스로 비상하나[슬로우볼]

안형준 2024. 4.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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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왕년 특급 기대주가 드디어 폭발하는 것일까. 로페즈가 굉장한 초반을 보내고 있다.

개막 첫 달 일정을 보내고 있는 2024시즌 메이저리그는 초반 의외의 투수들이 순위표를 점령하고 있다. 4월 17일(한국시간)까지 평균자책점 TOP 10을 살펴보면 '에이스급'이라 부를 수 있는 투수는 공동 7위인 호세 베리오스(TOR, ERA 1.05) 정도 뿐이다. 그 외에는 경력이 부족하거나 기복이 매우 심했던 투수들이 모두 자리를 채우고 있다(이하 기록 4/17 기준).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전체 평균자책점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레이날도 로페즈(ATL)다. 로페즈는 평균자책점 TOP 10 투수 중 유일한 내셔널리그 선수다.

로페즈는 올시즌 3경기에 선발등판해 18이닝을 투구했고 2승, 평균자책점 0.50을 기록했다. 볼넷 6개를 내줬지만 삼진 18개를 잡아내 이닝 당 1탈삼진을 기록했다. 폴 블랙번(OAK, ERA 0.00), 커터 크로포드(BOS, ERA 0.42)에 이어 평균자책점 전체 3위인 로페즈는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2위인 조던 힉스(SF, ERA 1.57)보다 평균자책점이 1점 이상 낮다. 현 시점에서 사이영상을 선정한다면 내셔널리그 수상자는 단연 로페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1994년생 우완 로페즈는 원래 '특급 유망주'였다. 2012년 워싱턴 내셔널스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입단한 로페즈는 2015년부터 TOP 100급 유망주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이 미래의 에이스로 기대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2016시즌 22세 나이로 빅리그에 데뷔해 11경기 44이닝, 5승 3패,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한 로페즈는 점차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워싱턴은 2016시즌이 종료된 후 충격적인 선택을 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3년간 준수한 활약을 펼친 외야수 애덤 이튼을 영입하기 위해 투수 유망주 패키지를 내줬다. 두 명의 드래프트 1라운더인 루카스 지올리토(현 BOS), 데인 더닝(현 TEX) 그리고 로페즈였다. '오버페이'가 분명했던 이 트레이드로 워싱턴 유니폼을 입은 이튼은 기량은 준수했지만 건강 문제에 계속 발목이 잡혔고 워싱턴에서 4년 동안 310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지올리토는 화이트삭스에서 에이스로 거듭났다. 2019-2021시즌 3년 연속 사이영상 투표에서 득표하며 맹활약했다. 더닝은 화이트삭스에서는 빅리그 1시즌만을 경험했지만 에이스 랜스 린을 영입하는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로페즈는 이렇다할 '유산'을 남기지도 못했고 기대만큼 활약하지도 못했다. 첫 풀타임 시즌이던 2018년 32경기 188.2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지만 7승 10패에 그쳤고 이듬해인 2019년에는 10승 고지에 올랐지만 평균자책점 5.38로 매우 부진했다. 결국 2021시즌에는 선발 보직을 내려놓게 됐다.

불펜으로 이동한 뒤에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통산 선발로 100경기 평균자책점 4.59에 그친 로페즈는 불펜에서는 통산 144경기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고 화이트삭스에서 31개의 홀드와 6개의 세이브도 올렸다. 2021-2023시즌 3년 연속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불펜에서는 상당히 가치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화이트삭스가 영입할 당시의 기대치였던 '선발 에이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지난 여름 화이트삭스가 시장 '판매자'로 나서며 LA 에인절스로 이적했고 막바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까지 거친 로페즈는 올시즌에 앞서 애틀랜타와 3년 3,0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었다. 애틀랜타는 지난 3년을 거의 불펜에서 보낸 로페즈를 선발투수로 기용하겠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고 이는 시즌 초반 완벽하게 적중했다. 초반 로페즈의 활약은 '특급 유망주' 시절 기대받던 바로 그 모습이다.

여러 지표도 뛰어나다. 허용한 평균 타구속도가 리그 평균보다 조금 빠른 것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준수한 모습이다. 불펜에 전념할 때보다는 구속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만 여전히 평균 시속 95마일 이상의 빠른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고 탈삼진 능력도 리그 평균 이상이다. 기대평균자책점(xERA), 기대가중출루율(xwOBA) 등 기대 지표도 리그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운이 좋아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호투하고 있다는 의미다.

애틀랜타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진 팀 중 하나다. 강력한 우승 후보. 지금의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애틀랜타를 이끄는 에이스로서 높은 곳에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에이스의 재목으로 큰 기대를 받았던 특급 유망주는 돌고돌아 30세 나이에 5번째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신체적 전성기인 20대 때 해내지 못한 에이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연 로페즈가 빅리그 데뷔 9시즌만에 진짜 에이스로 올라설지 주목된다.(자료사진=레이날도 로페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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