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류)현진 선배님이 알려주신..." 문동주, 160㎞에 더한 신무기... '좌타자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안호근 기자 2024. 4. 1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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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 투수 문동주.
"비결은 (류)현진 선배님께서 알려주신 체인지업을 던진 것이다."

KBO 사상 최초로 160㎞ 속구를 공인 받은 토종 투수 문동주(21·한화 이글스).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시즌 초 고전했다. 살아 있는 교과서 류현진(37)에게 SOS를 요청했다. 류현진의 상징과도 같은 체인지업을 통해 가능성을 찾았다.

문동주는 지난 1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⅓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3실점(1자책) 호투했다.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하고 국가대표 에이스로 발돋움한 문동주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법하지만 시즌 초 부진을 생각하면 더 없이 반가운 투구였다.

문동주는 시즌 첫 경기 5이닝 2실점하며 승리를 챙겻지만 이후 5이닝 4실점(롯데전), 3⅓이닝 6실점(두산전)하며 고전했다.

시즌 첫 경기에서 속구의 완급조절을 하며 류현진을 떠올리게 만드는 투구를 펼친 그는 이후 같은 전략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결국 전력투구 모드로 바꿨다.

권희동을 삼진으로 잡아낸 157㎞ 속구. /영상=티빙(TVING) 제공

16일 경기 후 문동주는 구단을 통해 "직전 경기 결과가 아쉬웠던 만큼 오늘 다르게 플랜을 잡고 들어갔다. 나는 강한 구위가 강점이기 때문에 그걸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호투 비결을 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바로 체인지업 구사였다. 기존엔 속구와 커브, 슬라이더를 고루 던졌으나 NC전에선 체인지업의 비중을 확 높였다. 야구전문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문동주는 올 시즌 체인지업 총 20구를 뿌렸는데 이날만 14구를 던졌다.

이날 6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그 중 2차례는 결정구를 체인지업으로 택했다. 체인지업은 속구와 같은 궤적으로 오다가 역회전성으로 휘어지며 떨어지는 공인데 속구와 함께 쓸 경우 위력을 높이기 좋은 구종이다.

류현진이 과거 KBO리그 시절 맹위를 떨치게 만든 공이자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뛰어난 구종 가치를 인정받으며 크게 빠르지 않은 패스트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했다.

한화 문동주가 16일 NC전 3회말 김주원에게 던진 5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문동주의 체인지업 그립과 느린 화면. /영상=티빙(TVING) 제공

특히나 반대손 타자들을 상대로 효과를 보기 좋은 구종으로 바깥쪽으로 향하다가 흘러나가며 떨어지는 공에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다. 문동주는 이날 이런 방식으로 좌타자인 김주원은 물론이고 지난해 타격왕 손아섭까지도 돌려세웠다. 손아섭은 삼진을 당한 뒤 고개를 갸웃거리며 공략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좌타자에게 피안타율 0.259를 기록, 우타자(0.237)에 비해 약한 면모를 보였고 볼넷도 27개나 내줬다. 좌타자를 상대로 속구 외에 확실한 결정구를 보유하지 못한 문동주가 상대적으로 던져야 할 곳이 많지 않았다는 게 잘 나타나는 수치다. 그러나 이날 같이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미 리그 정상급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 그가 류현진과 같은 '특급 투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NC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문동주는 "사실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진짜 조금 그립을 바꿨다. 그게 효과적이었다"며 "비결은 현진 선배님께서 알려주신 체인지업을 던진 것이다. 몇 주 전에 경기 도중 공을 들고 찾아가 체인지업을 물어봐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문동주는 "조금 던지다 보니까 감이 생겼고 어제 불펜 피칭을 하는데 체인지업의 감이 엄청 좋아서 경기 시작하기 전에 (최)재훈 선배님과 체인지업 비율을 많이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문동주가 5회말 손아섭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영상=티빙(TVING) 제공
손아섭 삼진 장면의 느린 화면. /영상=티빙(TVING) 제공

문동주는 "사실 체인지업이라는 구종을 제가 지금까지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단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그걸 던졌다고 해서 자만할 게 아니라 더 많이 활용하고 볼이 되더라도 많이 던져보면서 완벽하게 제 걸로 만들어가야 된다"고 욕심을 나타냈다.

문동주는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류현진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되고 꼭 조언을 듣지 않아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선배님이 하시는 걸 보고 열심히 따라하기만 해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코칭을 요청하며 진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체인지업이 포크볼이나 슬라이더 등에 비해 부상 위험이 적다고 알려져 있는 구종이라는 점이다. 반면 빠른 공과 함께 던질 때 위력은 배가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인 만큼 체인지업은 문동주의 성장에 크나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의 칭찬은 문동주를 춤추게 한다. "현진 선배님께서 잘했다고 해주셨고 내 생각에 이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괜찮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원하는 위치에 공을 던졌으면 괜찮은 것이다. 3번 중 2번 이겼으면 잘 던진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다"며 "조금 부정적이었던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아쉬움이 있었는데 현진 선배님께서 말씀해주시니까 특히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문동주(오른쪽)와 류현진.
류현진(오른쪽)이 등판을 마치고 내려와 문동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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