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중동에 환율까지… '금리 인하' 고심 깊어진 이창용

박슬기 기자 2024. 4. 18.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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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고환율→수입물가 상승→소비자 물가 상승
유가 130달러 전망까지… 점점 멀어지는 금리 인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환율 움직임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는 모습. 이날 금통위는 3.50%인 기준금리를 10차례 연속 동결했다./사진=임한별(머니S)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00원 선을 뚫은 원/달러 환율에 대해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고 진단하며 필요시 안정화 조치를 취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CNBC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터치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했던 때는 ▲1997년 12월~1998년 6월 외환 위기(IMF사태) ▲2008년 11월~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9~11월 레고랜드 사태 등 총 3번에 불과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필요하면 시장안정화 조치를 할 여력과 방법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S는 환율 안정 의지를 드러낸 이창용 총재를 18일 화제의 인물로 선정했다.

특히 이 총재는 올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 인하가 지연되겠지만 올 하반기 언젠가는(some time later in this year) 미국이 금리 인하를 재개하길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전환 신호를 아직 켜지 않았다"며 "우리의 문제는 미국, 유럽과 달리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근원 인플레이션보다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0%)로 수렴할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느냐가 핵심이란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그는 "그런 확신이 서야만 금리 인하 신호를 낼 수 있을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모든 물가 구성항목을 대상으로 산출함으로써 경제 전반을 나타내는 물가 지표를 말한다. 여기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를 근원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근원인플레이션은 단기적·불규칙적 물가 변동 요인을 제거해 물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저점인 지난해 7월(2.4%)과 비교해 0.7%포인트 올랐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5%로 지난해 6월 3.0%로 저점을 찍은 이후 0.5%포인트 상승했다. 유로지역은 지난해 11월 2.4%까지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2.4%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물가 상승 주범은 농산물가격 상승세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0.5% 급등해 전월(20.9%)에 이어 2개월 연속 20%대를 기록,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고물가에 더해 고환율·고유가까지 덮쳐… 물가 안정 불안


고물가도 문제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라 고유가도 부담이다. 국제유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0.05달러 내린 배럴당 85.36달러를 기록했다. 브랜트유도 전장보다 0.08달러 내린 90.02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두바이유의 경우 전장 대비 0.73달러 오른 90.26달러로 마감했다.

향후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에 따라 국제유가가 반등할 여지가 상당하다. 증권가에선 제5차 중동전쟁 위기감이 고조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환율에 더해 고물가, 고유가 등으로 당초 7~8월로 예상됐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선 한은의 금리 인하가 4분기로 밀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시점이 지연되는 것도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연준에 앞서 먼저 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은 물론,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올 6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은 15%까지 낮아졌다. 연준이 6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84.8%로 확대됐다.

연준이 올 9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도 46.2%로 절반(5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6.4 선을 뚫는 등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중동 불안에 따른 물가와 금융불안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 유가가 중동 확전 우려로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 총재의 금리 인하 기준인 '하반기 월 평균 2.3%'를 웃돌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연준과 한은 금리 인하 예상 폭을 낮추고 시점도 늦추는 분위기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더욱 뒤로 후퇴해 대체로 9월 최초 인하를 보고 있다"며 "9월 최초 인하로 지연될 경우 연내 인하 폭은 최대 2회, 0.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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