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한미일 첫 재무장관회의 "원화·엔화 가치절하, 중국 과잉공급 공동대응"
작년 8월 캠프데이비드 후속 경제·금융 협력
中 과잉생산 관련 3국 협력방안 논의의제에 포함
원화·엔화 가치절하에 대한 한·일 우려에 대한 인식 공유
[헤럴드경제(워싱턴DC)=김용훈 기자] 한·미·일 재무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글로벌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는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처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외환시장 발전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는 동시에 최근 원화·엔화의 급격한 절하에 대한 한국와 일본의 우려에 대한 인식도 공유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재무장관)은 17일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첫 3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세 나라 재무장관은 “우리는 기존 주요 20개국(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금융시장을 촉진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무장관회의는 작년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선 정상회의에서 언급된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안정, 대북·대러 제재,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 다자개발은행(MDBs) 개혁 및 국제금융기구(IFls) 발전을 위한 지속 협력 등이 크게 네 가지 경제·금융 협력방안으로 구성된 공동선언문에 그대로 담겼다. 새롭게 포함된 내용은 두 가지로 한·일 통화가치하락에 대한 우려에 대한 인식공유와 과잉공급 관련 대응이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 “우리는 기존 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문장을 포함시켰다. 이는 전날 한·일 양국 재무장관이 만난 자리에서 원화·엔화 가치절하에 우려를 표하고 ‘구두개입’을 시사한 것의 연장선이다. 이에 대해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인식을 같이한다”며 공감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이들은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변화된 최근의 경제·금융 환경을 반영해 ‘과잉공급’도 반영했다. 선언문에는 “우리는 공급망 취약성과 핵심 부문의 경제적 강압과 과잉생산 등 다른 국가의 비시장 경제 관행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공동선언문에 과잉생산의 주체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을 방문한 옐런 장관은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지속해 제기한 바 있다.
실제 중국 기업들은 최근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중국의 과잉생산이 글로벌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저금리 대출을 이용해 저가 제품을 생산한 뒤 세계 각국으로 덤핑 판매를 하면서 세계 경제에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에 유럽연합의 경우 값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항해 중국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정책을 명목으로 올 여름부터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주 중국을 찾은 옐런 장관이 “저가 중국산 제품을 저지하기 위해 추가 관세를 포함한 모든 정책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회담에 앞서 회담 시작에 앞서 최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지정학적 긴장과 충돌이 갈수록 복잡화·일상화되며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는 것을 목도해왔다”며 “실물경제의 불실성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 측면의 불안에 대해 3국이 협력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도 “탄력적인 공급망 확대, 경제적 강압 대응, 제재 회피 방지 등 지역과 세계적으로 공유하는 핵심 목표에서 우리의 협력을 더 심화할 공간을 본다”고 말했다. 스즈키 장관은 “국제 상황이 작년 8월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북한의 계속된 무기 시험과 중동의 긴장 고조를 포함한 도전들 때문에 더욱 복잡해졌다”며 “3국의 긴밀한 협력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미·일 재무장관은 선언문에 ‘실무급 협의 지속’을 명시해 협력 모멘텀을 확보했다. 그간 외교나 안보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한·미, 한·일 양자간 협력이 한·미·일 3각 경제·금융 협력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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