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초음파 아니에요 110억년 팽창史 담은 3차원 우주지도입니다

박지민 기자 2024. 4.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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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샷]
천문연구원

곧 세상에 나올 태아의 건강을 살피는 초음파 검사 사진일까? 복부 초음파 검사를 연상시키는 이 사진은 한국을 비롯한 11국의 70개 기관 연구자 약 900명으로 꾸린 국제 공동 연구진이 최근 공개한 ‘3차원 우주 지도’다.

연구진은 ‘암흑에너지 분광 장비(DESI)’를 통해 지구로부터 최대 110억년 전의 은하와 퀘이사(블랙홀 에너지를 받아 밝게 빛나는 거대 발광체)의 빛을 지난 1년간 관측해 역대 최대 규모의 3차원 분광 지도를 만들었다. 이들은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전체 에너지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확한 정체와 성질은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미국 애리조나주 키트피크 산꼭대기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암흑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 망원경에는 5000개의 작은 광섬유 로봇으로 구성된 분광기가 달려 있다.

연구진은 전체 우주의 팽창 역사를 오차 범위 0.5%로 측정했다고 밝혔다. 우주의 팽창 속도는 시간에 따라 변해왔는데, 현재의 팽창 속도와 80억~110억년의 초기 우주의 팽창 속도를 DESI로 측정했다는 것이다. 초기 우주의 팽창 역사를 1% 오차 이내로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우주 초기에 퍼진 중입자들의 특성을 통해 관측했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파동이 생기는 것처럼, 우주 초기 플라스마의 음향파는 공 모양의 표면을 따라 고밀도 영역을 만드는 중입자 음향 진동을 형성한다. 연구진은 이 같은 패턴이 우주와 함께 팽창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중입자 음향 진동의 반지름이 변화하는 모습을 7개의 서로 다른 시기에 측정했다.

이번 관측 결과는 기존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인 ‘표준 모형’과는 일부 차이를 보였다. 표준 모형에서 암흑에너지는 변하지 않고 일정한 값을 가지는 상수로 가정됐다. 하지만 이번 관측을 통해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95%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존의 표준 모형이 뒤집히고 새로운 우주 모형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연구진은 향후 총 300만개의 퀘이사와 3700만개의 은하를 포함하는 우주 지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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