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만 받고도 시속 550km 질주... 4개의 돛 단 ‘우주 범선’ 닻 올렸다

박지민 기자 2024. 4.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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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24일 뉴질랜드서 발사
NASA의 우주 범선 그래픽./김성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파피용’에는 지구를 떠나기 위해 제작된 거대 우주선이 등장한다. 파피용으로 명명된 이 우주선은 나비처럼 생긴 한 쌍의 날개를 달고 태양풍을 동력 삼아 먼 우주를 항해한다. 이 소설을 연상시키며 햇빛을 튕겨낸 반발력으로 우주를 항해하는 신개념 우주선이 닻을 올린다. 범선이 바람의 힘으로 바다를 항해하듯, ‘우주 범선’은 돛을 펼치고 빛 입자의 힘을 받아 궤도를 돈다. 저비용으로 장기간 우주 탐사가 가능해 우주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열 기술로 기대를 모은다.

◇'우주 돛단배’ 현실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차세대 우주 범선을 오는 24일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쏘아 올린다고 밝혔다. NASA는 지난 수년간 개발해온 ‘첨단 복합 우주 범선’을 전자레인지 크기인 초소형 인공위성 ‘큐브샛’에 탑재해 발사한다. 우주 범선은 지상 1000㎞ 상공의 태양 동기 궤도를 돌게 된다. 우주 범선 발사에는 미국 민간 우주업체 로켓랩의 일렉트론 로켓이 사용된다.

이번 우주 범선은 거대한 삼각형의 돛 4개가 모여 정사각형 모양을 이룬다. 각 변은 9m이고, 총 크기는 80㎡ 정도다. 목표 궤도에 안착하면 네 방향으로 약 7m 길이의 탄소섬유 돛대들이 펼쳐지며 돛이 활짝 펴지는 방식이다. NASA에 따르면, 우주 범선이 완전히 펼쳐지는 데는 25분이 걸린다. 돛은 고분자 소재인 ‘폴리머’로 이뤄져 있고, 두께는 사람 머리카락의 40분의 1 수준인 2.5㎛(마이크로미터)다. 돛은 알루미늄으로 코팅되어 있어 밤하늘의 별처럼 특정 시간대 일부 지역에선 우주 범선을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래픽=김성규

우주 범선의 가장 큰 장점은 목표 궤도에 올라간 뒤에는 추가 연료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우주선은 액체수소나 등유 등 연료를 계속 공급해야 동력이 유지되는데, 우주 범선은 햇빛만 받을 수 있으면 추진력을 얻어 운항할 수 있다.

태양이 우주로 내뿜는 광자(光子·빛의 입자)를 4개의 돛으로 튕겨내면서 움직이는 것이다. 광자의 운동량이 적어 처음에는 추진력이 미미하지만, 우주에 오래 머물수록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 우주 범선이 한 달 동안 햇빛을 받으면 시속 550㎞까지 운항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론상 햇빛을 계속 받으면 광속(초속 30만km)의 10~20%까지 속도가 올라갈 수 있다.

앞서 민간에서 우주 범선을 쏘아 올린 사례도 있다. 2019년 미국의 비영리 과학단체 ‘행성협회’는 우주 범선 ‘라이트세일2′를 발사했다. 이 단체는 베스트셀러 저서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설립했다. 세이건은 1970년대부터 우주 범선에 관한 구상을 밝혀왔다.

각 변 길이가 5.6m인 라이트세일2는 지상 600~700㎞ 고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3년 이상 지구 궤도를 돌다 2022년 11월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기체가 불에 타 사라졌다. 행성협회는 라이트세일2의 우주 탐사 정보를 NASA와 공유했다.

◇우주서 부풀어 오르는 거주 공간도

달과 화성 등으로 이주할 때 사용할 ‘우주 거주지’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 우주 스타트업 ‘맥스 스페이스’가 2026년 시험 발사를 하겠다고 밝힌 팽창식 우주 거주지는 20m³ 규모로, 로켓 내에 압축된 형태로 발사돼 우주에서 풍선처럼 부풀게 하는 방식이다. 지구를 떠날 땐 여행 가방 두 개 정도 부피를 차지하지만, 달이나 화성에 도착하면 비닐 온실처럼 확장시켜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맥스 스페이스는 “우주에서 쓸 거주 공간을 훨씬 저렴하고 크게 만들어야 한다”며 “20~1000m³까지 다양한 팽창식 서식지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목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하는 대형 거주지를 쏘아 올리는 것이다. 이들은 ISS 건설 비용의 0.2%에 불과한 2억 달러(약 2800억원)로 비슷한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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