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변심에 强달러… 당국 개입, 환율 1400원 재돌파 막아

김은정 기자 2024. 4.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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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의장 금리인하 지연 메시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6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낮아진다는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며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AP연합뉴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낮아진다는 확신에 이르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또 변심을 했다. 파월 의장은 앞서 2021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하다가, 2022년 들어 갑자기 인플레이션을 막겠다며 급격하게 금리 인상에 나섰다. 올해 초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했었는데, 이번엔 물가가 잡힌다는 확신이 없어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파월 의장은 16일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우리에게 더 큰 자신감을 주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2월 미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을 웃돌았을 때만 해도 “인플레이션의 전반적 하향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며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3월 물가마저 높게 나오자 결국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입장을 갑자기 바꿨다. 이에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힘을 얻으며 달러 강세가 더 심화될 우려가 나온다. 유로·엔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106.37까지 올라 작년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그래픽=백형선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약화

파월의 변심엔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는 게 바탕에 깔려 있다. 3월 미국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7% 늘어 전망치(0.3%)를 두 배 넘게 상회하고, 3월 신규 일자리까지 전달 대비 30만3000개 늘어 전망치(20만명)를 크게 웃도는 등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이런 경제 지표에 대해 “올 들어 현재까지 2% 물가 목표로 향해가는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를 고려하면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시간을 더 허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다면 현 수준의 긴축적 금리를 필요한 만큼 길게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다수의 연준 고위 인사들이 고금리를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파월 의장마저 이번에 입장을 선회하자 ‘6월부터 연내 3차례 금리 인하’ 시나리오는 완전히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연준의 기준금리 조정 확률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이날,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15%로 급락했다. 대신 9월 0.25%포인트 인하 확률이 46%로 올라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에선 연준이 올해 한 두 차례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더 커진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그의 (늑장 대응)캐릭터를 더욱 굳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화 환율 숨 고르기

이날 파월 의장 발언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기는 했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8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16일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400원을 넘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7일 전날보다 7.7원 내린 1386.8원에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파월 발언보다는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의 구두 개입이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전날 미 워싱턴 D.C.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만나 양국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두 재무장관은 “급격한 외환 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며 양국이 처음으로 환율에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환율 움직임이 과도해 변동성이 지속되면 대응하겠다”고 했다. 100엔당 900원을 넘겼던 원·엔 환율도 이날 나흘 만에 890원대로 떨어졌다.

다만 원화 환율은 중동 정세와 미국 금리 전망 등 대외 요인에 크게 취약해 안심하긴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 유가와 달러가 추가 강세를 보일 경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4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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